올해 일본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총 28조 6602억엔(약 273조 원)을 쏟아부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체된 설비투자를 기업들이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실행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쟁발(發) 공급망 혼란이 여전해 계획된 투자 중 실제로 얼마나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상장기업과 자본금 1억엔 이상 기업 87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올해 계획한 설비투자액이 28조 6602억엔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보도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2007년(28조 9779억엔)의 투자액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전년대비 증가율도 25%로 1973년(26.2%) 이후 가장 높다.
특히 제조업의 투자액이 17조 4975억엔으로 지난해보다 27.7%나 많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투자액 증가세가 눈에 띈다. 자동차기업 스즈키가 인도 전기차 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지난해보다 53.1% 증가한 2900억엔을 올해 설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 중인 파나소닉 홀딩스도 전년대비 45.5% 많은 3450억엔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지출 감소로 큰 타격을 받았던 비제조업 분야도 11조 1626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20.8% 증가한 금액이다.
올해 증가분 중 상당수는 지난해 투입됐어야 하는 금액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조사에서 기업들은 2020년보다 10.8% 많은 금액을 투자하겠다 밝혔지만, 실제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공급망 혼란으로 투자에도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신문은 "올해 증가율 25% 중 10%포인트 정도는 지난해 (미실현) 투자액이 이월된 것"이라 설명했다.
올해 설비투자 역시 향후 공급망 상황에 달려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앞으로도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제약이 이어지면 설비투자가 지체될 수 있다"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도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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