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철도노조가 21일(현지 시간)부터 30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에 돌입한다. 가파른 물가 상승을 이유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노조 측과 이를 거부한 사측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다. 이번 파업이 인플레이션이 부른 또 하나의 파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철도해운노조(RMT)는 사측과 최종 협상 결렬에 따라 21일과 23일, 25일 사흘 동안 파업에 돌입한다고 20일 밝혔다.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 레일과 13개 철도회사 소속 노조원 4만명이 파업에 동참한다. 이에 따라 기차편 운행이 80% 감축되고, 상당수 노선에서는 아예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다. BBC는 “파업이 없는 날에도 운행 차질과 이에 따른 불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도 노사는 협상을 계속 진행해 왔지만, 양측 간 입장 차이가 커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RMT는 급여를 최소 7%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급여 2% 인상에 추가 1%를 올리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영국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만큼 노조 측이 임금 인상 폭과 관련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소비자 물가는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9% 오르며 40면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22일 발표 예정인 5월 소비자 물가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5월 물가 상승률을 9.1%로 전망했다. 네트워크 레일 측은 “철도 유지·보수 설비 현대화와 연계한다면 (7%보다) 더 높은 임금 인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측도 할 말이 많은 상황이다. 스티브 몽고메리 영국철도운영회사협회(RDG) 회장은 “현재 철도 여객 수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의 80% 수준에 그쳐 완전하게 회복됐다고 할 수 없다”며 사측도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철도 등 운송 분야는 팬데믹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분야 가운데 하나다.
다만 노사 양측 모두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인 만큼, 파업 도중에라도 극적인 타협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예상했다.
여론도 파업에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영국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YouGov) 설문에 따르면 ‘파업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9%로 ‘찬성한다’는 25%보다 응답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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