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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김 8000원"…가성비 음식도 값 급등에 취준생 '당혹'

김밥값 2년전보다 17% 상승

"부담없이 먹을만한 음식 사라져

주말 알바라도 해야하나" 고민

점주들도 "다올라 인상 불가피"

서울 중구의 한 분식집이 21일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건율 기자




취업준비생인 박 모(29) 씨는 최근 한 김밥 가게를 찾았다가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자주 찾아 먹던 ‘라김(라면과 김밥의 줄임말)’의 값이 8000원이나 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박 씨는 라면을 주문하지 않고 김밥 한 줄만 시켜 허기를 달랬다. 박 씨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져 힘든 상황에서 ‘라김’조차 사먹지 못하는 현실이 우울하다”며 “몇 달 사이 음식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 없이 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의 여파가 취업준비생들이 즐겨 찾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음식에까지 미치고 있다. 2000~2500원에 즐길 수 있었던 김밥 가격은 3000원 수준까지 상승했고 라면 가격도 오름세다. 노량진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소울푸드’인 컵밥도 최근 가격이 오르며 취업준비생들의 식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대부분의 김밥 가게의 야채 김밥 가격은 3000~4000원 수준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4000원대의 라면과 함께 김밥을 즐기기 위해서는 한 끼에 7000~8000원이 필요했다. 치즈·불고기 등 토핑이 추가된 김밥의 경우 한 줄에 6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통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5월 김밥 외식 가격은 2908원으로 2485원이었던 2년 전보다 17%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도 109.72로 2년 전에 비해 약 10% 상승했다. ‘공시생’들이 모인 노량진 인근의 컵밥, 수제비, 분식 가게도 메뉴 가격을 500~1000원가량 일제히 올렸다.

21일 서울 은평구의 한 분식집에서 시민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이건율 기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던 음식들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식비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최 모(28)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5300원에 김밥과 라면을 먹었다”며 “최근 같은 가게가 7500원까지 가격을 올려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 중인 김 모(29) 씨는 “40만 원 정도인 한 달 식비가 부족하다는 걸 점점 체감하고 있다”며 “공부에만 집중한다는 취지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었는데 주말에라도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밥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치솟는 재료 값에 가격을 유지할 경우 가게 운영 자체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 모(52) 씨는 “주변에 취업준비생들이 많아 본래 가격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며 “우리 가게는 상대적으로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 다행이지 다른 가게는 더욱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58) 씨도 “오르지 않은 재료를 꼽기가 힘들 정도로 모든 재료 값이 올랐다”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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