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가 자국 영토를 경유해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로 향하는 화물 운송을 제한하자 러시아가 보복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발트해 연안에서도 충돌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리투아니아의 화물 운송 제한이 국제 협정 위반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모스크바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소환해 공식 항의했다. 외무부는 "국제법적 의무를 위반한 리투아니아 측의 도발적 행위를 노골적 적대 조치로 평가한다"고 밝혔으며 크렘린궁 대변인도 "우리는 이를 불법으로 본다"고 반발했다. 러시아 측은 물자 수송길이 신속히 복구되지 않을 경우 자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모스크바에서 약 1300㎞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위치한 러시아의 역외 영토다. 러시아 본토에서 칼리닌그라드로 접근하려면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를 경유하는 철도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이유로 자국 영토를 경유하는 칼리닌그라드로의 물품 운송을 18일부터 금지하고 있다. 운송 금지 품목은 석탄과 금속, 건설 자재, 첨단 기술 제품 등이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리투아니아가 (운송 금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제재 대상 외에는 칼리닌그라드로 자유롭게 물품이 운송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리투아니아는 단순히 EU의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가 독자적으로 칼리닌그라드를 봉쇄한 것이 아니라 EU의 조치에 따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러시아의 보복에 대해 항상 걱정하고 있다"면서 "리투아니아가 무엇을 하든 이는 지침을 제공한 집행위원회와 이전에 협의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리투아니아와 러시아 간 갈등으로 발트해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톤 알리하노프 칼리닌그라드 주지사는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발트해를 통해 제재 대상 물품들을 운송할 수 있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경제적으로 운송이 어려워진다"며 러시아가 리투아니아에 '극도로 고통스러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패하면 발트해 국가들이 그다음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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