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치안감 보직 인사가 발표 세시간 여만에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행안부에 경찰에 대한 지휘·인사·징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 이같은 인사 수정이 벌어진터라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경찰청은 단순 인사과 실수라는 입장이지만 변경된 인사안을 받아든 한 치안감은 행안부로부터 인사가 변경됐다는 소식을 인사과로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21일 행정안전부는 오후 19시께 치안감 보직 인사를 발표했다. 첫 발표에 따르면 경찰청 수사국장에는 유재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장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인사는 세시간 여 뒤인 오후 22시께 급작스레 변경됐다. 다시 발표된 인사 자료에는 윤승영 충남도경찰청 자치경찰부장이 경찰청 수사국장으로 내정됐다. 유 국장은 2차 명단에선 제외됐다.
이처럼 바뀐 자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포함해 총 6자리다. 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에 내정됐던 최주원 국수본 과학수사관리관은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으로, 서울특별시경찰청 공공안전차장에 내정됐던 김준철 광주광역시경찰청장은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김수영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장은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에서 서울특별시경찰청 공공안전차장으로,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은 경찰청 교통국장에서 서울특별시경찰청차장으로, 정용근 충청북도경찰청장은 중앙경찰학교장에서 경찰청 교통국장으로 변경됐다. 이명교 서울특별시 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은 1차 명단에선 없었다가 중앙경찰학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급작스레 변경 통보를 받아든 당사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치안감은 “내 커리어를 봤을 때 왜 여기로 가야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치안감은 “너무 황당하다”며 “이유도 모르고 어안이 벙벙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단순 인사과 실수라고 설명했다. 경찰 대변인실은 “인사 명단이 협의 과정에서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데 실무자가 중간 버전을 올렸다”며 “행안부는 관여한게 없다. 유감스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사 대상자 중 일부는 행안부의 인사 교체 지시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해 사실 진위 여부를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요직을 두고 경찰 내 알력다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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