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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인플레이션의 정점과 더딘 회복

데이비드 리스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이머징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리스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이머징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




약 40년 만에 주요 7개국(G7)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최고 수준을 달성하며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웃돌았다. 식품·원자재를 포함한 경제 내 총 인플레이션 측정 지표를 뜻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초기에 재화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상승세가 심화됐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동안 가계 저축액은 증가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세계 가계 저축액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며 이는 재택근무 확산과 가계 재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초과 저축은 봉쇄와 정부 지원이 상당했던 북미와 유럽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당한 저축액에 비해 억눌린 수요는 재화 섹터로 몰렸다. 미국 최대 소매업 연합 중 하나인 전미소매업협회(NRF)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6~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10년 평균 상승률인 3.7% 대비 2배 높은 수치다. 지난해 소매 매출은 2020년보다 14% 증가했다.

수요의 대규모 급등은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도 재화 공급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이에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와 화물 운송의 차질은 생산난을 더욱 악화시켰다. 재화 부족은 공급 업체의 배송 시간을 늘리고 수급 불균형은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 하락세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타격이다. 지역 봉쇄가 불러온 운송 인프라 마비는 전체 컨테이너선의 정체 건수를 증가시켰다. 이 같은 정책 지속은 공급망 병목현상의 장기화와 동시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전쟁으로 심화된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는 이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지수에 따르면 식량의 명목 가격도 미 달러화 기준 올해 약 20% 상승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세계경제에 중요한 비료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생산 주기가 장기적임을 고려할 때 투입 원가 상승은 농산물의 물가 압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건비에 민감한 서비스 섹터의 부활이다. 노동 집약적 경향의 서비스 섹터에 대한 수요 증가는 임금과 물가의 연쇄적인 상승 공포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슈로더는 모든 리스크를 고려해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2.8%에서 3.6%로 상향 조정했다. 전망치의 근거가 되는 선진국 케이스를 살펴볼 때 예를 들어 미국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로 회귀하려면 내년 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전반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팬데믹과 전쟁으로 안정적 물가 수준으로의 회복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딜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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