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2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융불안지수(FSI)가 3월 8.9를 기록해 ‘주의’ 단계로 진입한 뒤 계속 올라 5월에는 13.0에 달했다고 밝혔다. FSI가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이달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이 긴축 속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어 금융 불안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긴축은 대출을 받은 기업과 가계에 큰 고통을 준다. 기업 대출은 올해 1분기 1609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나 크게 증가했다. 가계 부채는 1859조 4000억 원으로 5.4% 늘었다. 그러잖아도 상환 부담을 버거워하는 기업과 가계는 급등하는 시장 금리를 버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최전선에서 맞은 자영업자들의 빚 폭탄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960조 7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3%나 급증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기존 15%에서 30%로 높였다. 이런 가운데 22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74% 하락한 2342.81로 장을 마쳐 또다시 연중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1297원대에서 마감해 계속 천장을 뚫고 있다.
당국은 금융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파제 쌓기를 서둘러야 한다. 금융사 충당금을 확대하고 배드뱅크를 설립해 가계와 기업의 연쇄 신용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별다른 대책 없이 9월에 종료되면 자영업자는 물론 대출해준 금융사까지 부실해지는 도미노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옥석 가리기를 하되 건전한 기업에 대한 채무 재조정 등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화 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 스와프 복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금융사들도 과도한 이자 놀이에서 빠져나와 빚 폭탄 뇌관 제거를 위해 협력하면서 금융 산업 선진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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