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치솟는 물가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비판을 의식해 유류세 법정 최대 인하 폭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동시에 꺼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기름 값을 1800원대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직접 서울의 한 주유소를 찾기도 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감세 방안을 찾아 생색을 내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유류세를 낮추려면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국회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25일째 공백 상태이다. 여야는 입법 방안을 논의할 상임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채 말로만 ‘유류세 인하’를 외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민의힘에 원 구성을 위한 담판을 제안했다가 ‘대선 관련 고소·고발 취하’ 문제 등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더니 곧바로 철회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행동은 전혀 없고 정치 공방만 난무하고 있다.
특히 거대 야당은 이념에 매몰돼 ‘부자 감세론’ 프레임을 들이대는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인세만 해도 우리 세율이 상대국보다 높고 과세 체계 또한 복잡해 기업 투자에 족쇄로 작용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법인세가 4단계 누진세율 체계인 국가는 주요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상속세율도 50%로 일본에 이어 세계 최고이며 최대주주 할증(20%)까지 더하면 기업들은 가업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조세 경쟁력으로는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에서 생존하기도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경제에 대해 “국민들의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한 것은 과장된 수사가 아니다. 자영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자금난을 호소하는 곳이 늘고 있다. 정치권은 속 좁은 정쟁에서 벗어나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세제·규제 개혁을 위한 입법 작업에 즉각 나서야 한다. 지금은 경제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 동력 점화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입법을 하는 것이 최고의 정치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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