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에서 당 쇄신은 물론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는 서난이 비상대책위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청년 정치인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려면 당에서 커온 인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청년교육 시스템을 이수한 사람들은 믿어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교육 커리큘럼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비대위원은 28살의 나이에 전북 전주시의회에 입성, 전북도당 청년국장을 지내고 지난 대선에선 청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한 민주당에서 자란 인물이다.
청년대변인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며 이름을 알린 박성민 전 최고위원(전 청와대 청년비서관)과 n번방 추적 ‘불꽃’ 활동으로 대선 과정에서 영입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서 비대위원은 민주당 안에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야 당의 청년 인재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서 비대위원은 “민주당이 100년 정당이 되기 위해선 당에서 커온 청년들이 눈치 보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거리두기’를 제시했다. 청년 기초·광역의원들이 기성 정치인이나 공천 등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키우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배 정치인의 거리두기로 청년들에 자유 부여해야”
서 비대위원은 “‘거리두기’를 통해 기초·광역의원들이 기성세대 답습에서 탈피해 시민들로부터 신선하다는 얘기를 듣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서 “결국 민주당이 청년들에게 얼마나 자유로움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선배들이 ‘너희 한 번 해봐라’ 하는 것보다 거리두기를 통해 공간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쿨함’이 부족했던 민주당에서 이재명 의원의 대선 당시 속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이미지가 대중의 호응을 받지 않았냐”며 “청년에서 하나의 목소리만 나올 순 없다. 다양한 목소리가 인정되고 건강한 토론을 통해 때로는 승복하는 그런 ‘쿨한’ 모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정당에선 30대 당대표도 나온 상황에서 일반적인 ‘세대교체론’에 그치면 안 된다”며 “8090 세대에서도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고민을 여러 그룹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이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선언할 수 있는 자리를 전당대회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 비대위원은 “내가 말했으니 ‘(내 역할은) 됐어요’ 하기 보다는 말한 것을 관철시키는 데에 목표를 둘 것”이라고 청년 비대위원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두번의 시의원·최연소 도의원·비대위원…“주어진 역할에 최선”
청년 영입인사들이 당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시스템도 강조했다. 서 비대위원은 “정당에는 매일 돌아가는 루틴이 있는데 외부 인사들은 여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매뉴얼이 마련된다면 민주당이 청년을 소비만 한다는 이미지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주에서 두 번의 시의원을 지낸 서 비대위원은 6·1 지방선거에서 36살 최연소 전북도의원에 당선됐다. 서 비대위원은 광역의원·비대위원 겸임에 대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몸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스케줄이 차 있으면 오히려 힘이 난다”며 “지역구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다 그렇게 다니시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도의원 이후의 행보도 궁금해졌다. 서 비대위원은 “지금까지 성장한 원동력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 다하는 것이었다. 다음을 생각하면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며 “도의원도 4년을 잘해야 다음을 표로 평가받고, 비대위원도 평가를 받는 자리다. 남은 임기 동안 제가 하는 일을 후회 없이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다음 기회도 생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비위에 “사과는 신속하고 분명해야 하며 사족이 없어야 한다”
서 비대위원은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중앙당 윤리심판원이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 ‘당원자격정지 6개월’ 중징계를 내린데 대해 “당의 갈등이 격해질수록 우리는 원칙을 지켜내야만 한다”면서 “사과는 신속하고 분명해야 하며 사족이 없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에 이름을 올린지 일주일 만에 문자 폭탄을 받아야 했던 이유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이른바 ‘문자폭탄’이 서 비대위원에게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서 비대위원은 “정치에서 팬덤 문화는 오히려 소중한 자원이고 부러운 자산이다. 이걸 비판하면 지지층이 사라지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도 수용할 수 있는 지지층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양립해야 건강한 정치 문화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한 관계 설정은 정치인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젝스키스와 ‘슬램덩크’ 서태웅의 팬이었고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ENTP’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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