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리 사각지대를 노린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거래를 집중 단속한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받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자국에서 대출을 받아 국내 ‘아파트 쇼핑’에 나서면서 역차별 논란이 제기돼왔다.
국토교통부는 24일부터 법무부·국세청·관세청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에 대한 기획 조사를 최초로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외국인에 의한 주택 거래 건수는 전체 거래량의 1% 미만으로 낮은 편이지만 매수 건수는 집값 상승기였던 2017년 6098건에서 지난해 8186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외국인의 주택 매집, 미성년자의 매수, 높은 직거래 비율(외국인 간 거래의 47.7%) 등 이상 징후가 꾸준히 포착됐다.
이번 기획 조사는 외국인 거래량이 급증한 2020년 이후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외국인에 의한 ‘주택’ 거래(분양권 포함) 2만 38건 중 중 업·다운 계약, 명의 신탁, 편법 증여 등 투기성 거래가 의심되는 1145건에 대해 실시한다.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체류 자격 및 주소지 등 정보를 보유한 법무부, 불법 외환 거래를 단속하는 관세청 등과 협력해 진행하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40대 미국인이 3개 단지에서 7채씩 21채를 포함해 전국에서 45채를 보유한 사례가 있었다. 또 17세 미국 국적 청소년이 서울 용산에서 27억 6000만 원의 아파트를 최고가로 구입하거나 8세 중국인 어린이가 경기도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에서 유럽 국적 외국인이 105억 3000만 원, 중국인이 89억 원의 주택을 구입했으며 한 미국인은 용산에서 71억 원의 초고가 주택을 사들이기도 했다. 또 유학 비자로 국내에 체류하면서 인천에 빌라 2채를 매입해 매달 90만 원씩 월세를 받는 외국인도 있었다.
적발된 위법 의심 행위는 국세청·금융위원회·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해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해외 불법 자금 반입이나 무자격 비자로 부동산을 임대하는 등 ‘외국환거래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관세청·법무부에 통보해 엄중 대응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올해 9월까지 4개월간(필요시 연장) 진행하며 10월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추후 외국인의 ‘토지’ 거래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기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한다. 이상 동향 포착 시에는 추가 조사도 실시한다.
국토부는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그동안 외국인의 토지 보유 및 거래에 대한 통계는 관리하고 있었으나 외국인의 주택 보유 현황에 대한 통계가 없어 투기 적발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대법원 건축물 등기 자료와 건축물대장, 실거래 자료 연계를 통해 내년부터 외국인 주택 보유 통계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외국인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경우 시도지사 등이 대상자(외국인 등)와 대상 용도(주택이 포함된 토지 등)를 정해 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올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비자 종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도 진행한다.
한편 국토부는 법무부·국세청·관세청 등 유관 기관 간 협력 체계인 ‘외국인 부동산 유관 기관 협의회’를 구축하고 이달 21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첫 회의에서는 외국인 부동산 거래 관련 제도 및 투기성 부동산 거래 예방 및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관계 부처는 다주택을 보유한 외국인도 소득에 상응하는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비거주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시 국내 위탁관리인 지정 및 신고 의무화, 자금 조달 계획서 제출 대상 확대 등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하고 불법행위가 적발된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제한 등 다양한 제재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진현환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내국인 역차별 논란 해소를 위해 외국인 부동산 거래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 규제를 위한 제도 개선 사항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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