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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인터넷 상용화 30년, 언어생활은 어떻게 변했나

■인터넷 때문에

그레천 매컬러 지음, 어크로스 펴냄





인간의 언어 생활은 인터넷이 상용화된 30여 년 동안 엄청난 격변을 겪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활성화 덕분에 우리는 예전이라면 대면이나 전화를 통해 말로 했을 소통의 상호작용도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글을 통해 한다. 이메일, 온라인 메신저의 채팅 창,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글에는 각종 약어와 은어, 이모티콘과 이모지(그림문자) 등이 가득하다.

‘인터넷 때문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 언어를 다루는 캐나다의 언어학자 그레천 매컬러가 인터넷이 언어문화를 변화시켜 온 양상을 고찰한 연구의 기록이다. 저자는 논문, 학술지, 진지한 웹사이트 등에서 주로 쓰는 ‘격식 문어’와 인터넷 환경의 다양한 의사소통 양식들이 오가는 ‘비격식 문어’가 확연하게 나눠지고 있다고 전한다. 그렇다고 인터넷 언어에 씌워진 ‘오용과 파괴’의 프레임으로 접근하지는 않으며, 변화 과정을 그대로 서술하는 쪽에 가깝다.



문자를 통해 감정적 뉘앙스를 전하는 체계는 인터넷 환경 안에서 절묘하고도 독특하게 확장해왔다. 온라인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부호들이 대표적이다. 흥분을 의미하는 느낌표는 따듯함, 진심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말줄임표 역시 기성세대에는 한 생각이 끝날 때마다 쓰는 휴지의 뜻일 수 있으나 젊은 세대는 이를 말하지 않은 게 있다는 수동적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문장 속 ‘~’ 표시는 메시지에 비아냥거리는 뉘앙스가 있음을 나타낸다.

인터넷 환경의 발달 속에 만들어진 새로운 비격식 문어들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큰 웃음을 뜻하는 대표적 인터넷 약어 ‘lol(Laughing Out Loud)’의 의미가 변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책은 lol이 다양한 문장에서 쓰이면서 폭소의 의미만이 아니라 반어법, 수동공격성의 의미를 담아내는 수단이 됐다고 전한다. 인터넷 속 의사소통은 이모지, 밈(meme·인터넷 유행) 같은 비언어적 요소도 적극 끌어온다. 저자는 얼굴 표정을 비롯해 동물, 음식, 물건 등 수천 가지의 이모지가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의사소통에서 몸짓과 신체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을 비언어적으로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널리 쓰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의 발달 후 이렇게 언어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뭘까. 언어가 변화하려면 사회적으로 ‘강한 유대’와 ‘약한 유대’가 혼합돼 있어야 하는데, 인터넷 공간이 바로 그런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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