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침체에 빠진 중국 주택 시장이 코로나19 봉쇄만큼이나 중국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내 아파트 및 주택판매지수가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11개월 연속 떨어지며 중국에 개인 부동산 시장이 열린 1990년대 이래 최장 기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상하이와 베이징 봉쇄의 여파에 부동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인 5.5%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성장률 3%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정책으로 올해 중국 성장률이 1.5%포인트 위축되는 데 더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성장률을 1.4%포인트 추가로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도 아파트 건설 같은 주택 투자가 줄면서 2029년까지 중국 경제성장률이 평균 4%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중국 경제의 약 11%를 차지하는 주택 투자가 2030년에는 7%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프라 및 공장 건설 등의 분야에서는 투자가 늘고 있지만 주택 시장 침체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주택 건설과 판매에서 나오는 서비스·상품 수요가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주택 시장 침체는 올해 중국 성장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홀딩스의 루팅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사상 최악의 부동산 하락"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논란으로 시작된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는 이후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더욱 악화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막겠다며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개발 업자들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제동을 걸었는데 이것이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이어졌다.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 우려에 놀란 중국 정부는 각종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에 재산세를 매기려는 시범 사업을 중단했으며 중국 은행들은 2019년 새로운 금리 제도가 시행된 후 가장 큰 폭으로 주담대 금리를 인하했다. 쓰촨성 메이산시는 올해 말까지 신규 주택 구입 때 보조금을 주기로 했으며 저장성 원저우시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가 첫 3년간 주담대 이자만 내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안후이성 화이난시의 경우 은행 대출금을 늘리고 대출 승인 기간을 줄이는 한편 최초 주택 구매자의 주담대 금리와 계약금 요건도 완화할 것을 은행권에 지시했다.
하지만 잇단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다수의 도시가 봉쇄되면서 주택 매매 감소 폭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커진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5월 중국 주요 도시 내 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중국 남부 도시 잔장의 부동산 판매 업자인 량자웨이는 "지난해에는 별 어려움 없이 하루에 아파트 3채를 판매했지만 올해 4월의 경우 한 달 동안 5채를 매매하는 데 그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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