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제학 교수인 저자가 잡초에 대한 현대인들의 편견을 꺠 준다. 민들레·망초·비름·돼지풀 등 성가시기만 했던 잡초들의 역사와 진화, 사연들을 다룬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며 농사에 방해가 되는 몇몇 식물들을 ‘잡초’로 분류했고, 잡초들은 뽑히거나 밟히며 핍박받았다. 그러나 잡초들은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스스로 생존방법을 고안해 냈다. 인간은 오만하게도 자연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잡초는 그 모든 것들을 비웃어내며 지금도 자라나는 중이다. 잡초의 진화는 인류가 맞이한 새로운 위기인 팬데믹과도 상통한다. 인간이 잡초를 몰아내려 하면 할수록 잡초들이 진화하고 성장했듯, 바이러스도 인간의 활동 속에서 진화해 인류 최대의 위기를 가져왔다.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자연에 순응하며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잡초를 통해 저자는 단순히 농업 시스템을 넘어서, 우리가 누리는 현대적이고 기계회된 삶, 효율성을 추구하는 생산 방식을 재고해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잡초에 대한 인문학·진화생물학·유전학·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만나볼 수 있다. 1만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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