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롤모델로 통했던 독일마저 올해 멈추려던 원자력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21일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3개 원전의 수명 연장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비상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자력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운영 중이던 원전 17기를 3기로 줄인 데 이어 이마저도 올해 말 가동을 중단하려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으로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 정상의 원전 기술을 가졌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완성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원전 산업 생태계가 고사 상태로 내몰렸다. 반면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에 올인해 중국산 태양광 업체 등의 배만 불리고 되레 환경 오염을 유발했다. 값싼 원료를 쓰는 원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면서도 전기 요금 인상을 막아 한국전력을 연 30조 원(올해 예상치)의 적자를 내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이러니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원전 산업 현장을 찾아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한 것이다. 전력 공급 예비율은 21일 벌써 12.2%까지 떨어져 안정 공급의 마지노선인 10% 선을 위협하고 있다.
원전 최강국의 위상 복원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5년으로 예상되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시점을 당겨 원전 업체들에 숨구멍을 터줘야 한다. 한빛 4호기 재가동과 이미 완공된 신한울 1·2호기 정상 가동도 서둘러야 한다. 이념에 매몰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또 한미 동맹을 원전 분야로 확대해 원전 수출 능력을 배가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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