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이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전 세계에 약 6000억 달러(777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다. G7은 아울러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와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등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도 사실상 합의했다. 대규모 자본과 군사력을 앞세워 기존 국제 질서를 뒤흔드는 중국·러시아를 겨냥한 서방 진영의 견제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신냉전’ 대결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G7은 이날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인프라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PGII)을 공식 출범시키고 2027년까지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구축, 백신 공급, 첨단 통신망 개발 등 광범위한 프로젝트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미국은 공공과 민간 자본을 활용해 2000억 달러를 투입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이번 파트너십에는 △아프리카 세네갈 백신 제조 시설 확대 △앙골라 태양광에너지발전소 건설 △루마니아 소형모듈원전(SMR) 배치 △동남아~중동~서유럽 해저 통신 케이블 구축 등 이미 추진 중인 프로젝트들이 다수 포함된다.
백악관은 특히 루마니아에서 미국 원자력 기업이 추진하는 SMR 사업과 관련해 “첨단 원자력 분야에서 미국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며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다”고 소개했다. 또 미국의 지원을 받는 앙골라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완공될 경우 2025년에는 전력의 70%를 탄소 배출 없이 생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G7 정상회의 때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등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맞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한 지 1년 만에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를 ‘저소득 국가들에 부채의 덫을 파는 모델’이라고 평가절하했는데 이에 대한 서방 측의 대안을 이날 제시한 셈이다.
G7이 이미 2013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불을 놓는 천문학적 투자안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전 세계에서 인프라 주도권을 놓고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미 동남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에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G7이 이날 출범시킨 파트너십의 결속력이 장기간 유지되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중국은 서방 진영이 G7과 이어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중국 견제 방안을 쏟아내는 데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27일자 사설에서 "G7과 나토 정상회의가 중요한 협력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중국을 라이벌이나 심지어 적수로 간주하는 것은 유감스러움 이상"이라고 밝혔다.
G7은 아울러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등 러시아 추가 제재를 위한 합의점을 찾는 데도 근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원유 가격 상한제는 원유 구매자들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해 정해진 가격선을 넘는 원유를 사들이지 않기로 약속하는 방식이다. 국제 유가 상승의 혜택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이 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를 실어 나르는 유조선들이 상한제 이상의 원유를 운송할 경우 보험 가입을 차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편 이번 G7 정상회의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 비회원국 정상들이 초청됐다. 외신들은 이들 국가가 중러 영향권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 동시에 G7 외 국가들과의 연대를 넓혀 러시아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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