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초읽기에 돌입했다. 3선 김민석 의원과 재선 박용진 의원이 당권 도전을 예고한 데 이어 재선 그룹의 강병원·강훈식 의원 출마도 점쳐지는 등 전당대회 대진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상임고문들과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는 권노갑(92), 김원기(85), 임채정(81), 정대철(78), 문희상(77) 등 다섯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참석한 원로들이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이었던 만큼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지난 16일 비대위 주재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책임 있는 사람이 누군지 다 알지 않느냐"면서 에둘러 선거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최근엔 이해찬 전 대표와 만찬 회동도 가졌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전당대회에 나올만한 인물은 이재명 밖에 없다”며 출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당 내에서는 당권 도전을 앞두고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계 의원들도 한동안 유지하던 로키 모드에서 벗어나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불출마 주장에 적극 반박하는 등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주말 동안 지역 민심을 청취해보니) 민주당의 내일을 이끌 지도자감이 안 보인다고들 하신다"며 "핵심 당원들은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아무런 비전 이나 가치도 제시하지 않은 채 '내가 안 할 테니 너도 하지 말라, 네가 하지 않으면 나도 안 하겠다, 누구는 책임 있으니 나오지 말라'는 행태에 분노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지난 23∼24일 당 워크숍을 전후해 비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서 이 고문을 향한 불출마 요구가 분출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 고문이 지난 주말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지지자들과 온라인 소통에 나서면서 출마 채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부른 가운데, 친명계 핵심이 직접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라 주목된다.
현재까지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주자는 5선 설훈 의원과 3선 정청래·김민석 의원 등 3명이다. 70년대생 및 재선그룹을 대표해 강병원 의원과 강훈식 의원도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로 확정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설 의원은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의원과 대척점에 섰다. 정 의원은 처럼회 등 개혁 성향 권리당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86그룹인 김 의원은 전날 SNS를 통해 당이 깨지는 ‘분당(分黨)’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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