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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덜 짜게 덜 달게' 옵션 추진에…"탁상 행정" 비판

복지부 '영양관리계획' 마련

나트륨 과다섭취 막는다지만

자영업자들 "현실 너무 몰라

바쁠때 어떻게 주문 맞추나"

배달앱도 "조리법 개입 문제"

시민들이 21일 서울 광화문의 음식점 앞에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 방침대로라면 저염 양념장과 싱거운 멸치볶음을 따로 만들라는 건데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가뜩이나 매출도 없는 상황에서 저염·저당 배달 주문까지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만 앞서네요.”(서울 강북구 백반집 사장 김 모 씨)

정부가 국민 건강권 증진을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덜 짜게, 덜 달게’ 등 염도와 당분을 조절해 주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음식점 업주들이 현실과 괴리된 ‘탁상행정’이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배달 앱 전문 업체는 일단 정부 방침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영업자에게 조리법을 강제할 수 없어 고심만 거듭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2022~2026)’을 이달 20일 발표하면서 음식 배달 앱에 나트륨·당류 조절 기능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담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앱을 통한 음식 소비가 늘면서 비만율 증가와 나트륨 과다 섭취 등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요식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50대 사장 김 모 씨는 “손님이 바쁠 때 덜 짜게, 덜 달게 해달라는 주문에 일일이 대응하기 힘든 것은 당연하지 않냐”며 “배달 앱에서 일회용 수저를 빼 달라는 요청도 못 볼 때가 있는데 이런 옵션이 추가되면 더 번거로워지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김치찌개집을 운영하는 60대 사장 A 씨는 “양념에 설탕과 소금이 다 섞여 있는데 짜고 달고를 어떻게 조절하고 주문을 다 받아주나”며 “요즘에는 음식이 짜면 손님들의 불만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별도로 양념을 비치해 고객의 편의를 맞춰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도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짜고 달고는 주관적인 입맛이고 그 자체로 메뉴의 경쟁력인데 거기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발상이 의아할 따름”이라며 “떡볶이는 염분 몇 그램에 당도 몇 퍼센트를 준수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할 수도 없고 참으로 모호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배달 앱 업계도 복지부의 방침을 두고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나트륨과 당 조절 기능은 배달 앱을 통해 구현되는데 배달 플랫폼이 자영업자의 세부적인 조리법에 개입해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안이 시행되면 배달의민족이 족발집의 입점을 받을 때 저염·저당 메뉴를 갖춘 가게만 선별해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하면 당연히 협조하겠지만 음식을 만드는 것은 식당 사장님인데 배달 앱이 일일이 나트륨과 당을 얼마나 넣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럴 권한도 없다”며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는 표준 레시피를 쓰는데 이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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