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소득 주도 성장의 설계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중국 측의 불만과 관련해 “상호 존중에 맞지 않고 예의가 아니다”라며 일침을 놓았다.
한 총리는 28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진행된 취임 1개월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국책연구원장의 교체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한 총리는 홍장표 KDI 원장 등에 대해 “우리와 너무 안 맞다”고 평가했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이자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홍 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해 임기가 2년가량 남은 상황이다. 홍 원장과 더불어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주현 산업연구원장 등이 문재인 정부와 철학을 함께하는 대표적 국책연구원장으로 임기가 2년 안팎 남았다.
한 총리는 이들에 대한 교체 방안과 관련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사퇴 종용 후폭풍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장관 취임 이후 산하 기관장에게 사표 제출을 압박했다가 법원에서 징역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따라서 사퇴를 종용하는 대신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들과 더불어 전 정권의 색채가 강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취도 국책연구원장과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물가 인상에 대해서는 추가적 금리 인상 등 고통스러운 정책 실행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국민들이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하며 임금 인상 요구가 강해지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를 완전히 잡아서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물가를 직접 통제하는 일은 시장경제나 자유 차원에서 봤을 때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며 “다만 전기요금 인상은 한국전력의 경영도 중요하고 공공요금으로서 최소한의 정책이었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각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3배씩 늘었다”며 “통화정책을 일찍 정상화해야 했는데 한국도 늦었다”고 평가했다. 최근의 급격한 환율 상승에 대해서는 “미국이 정상화하려는 의지보다 우리가 조금 약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 외교와 관련해서는 “국제적 연합체(coalition)를 통해 우리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때가 우리가 독자적으로 행동했을 때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간 협의 기구의 틀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독자적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얘기다.
한 총리는 “중국이 섭섭해서 경제 보복을 하면 어쩔 거냐고 걱정을 많이 한다”며 “우리는 세계가 존중하는 가치, 나아가야 하는 원칙을 추구하고 중국이 우리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려고 하면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도 없다”며 “중국과 우리나라의 분업 체계는 상당히 원숙한 정도로 왔다. 수출의 25%를 (중국에) 의존하지만 그 품목이 중국의 불만으로 인해 영향을 적극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에 대해서는 국가 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총리는 “안보에 필요하다고 하면 가는 것이지 중국이 하라 마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공정거래위원장 인선에 대해서는 관료 이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 총리는 “관료 출신이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 공정위 인사는 해보니까 후보자가 없는 때는 없다”며 “2~3명 있는데 검증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서는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지적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실망과 좌절을 하고 있다”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 확실하게 확인하고 문책할 사람은 문책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이나 수형 생활 등 대외적 시각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면서 “고령이고 형을 다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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