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며 “우리의 협력 관계가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수호하는 연대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연설했다. 연설 자체는 ‘북핵 문제 해결’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중국·러시아에 맞서는 ‘자유 진영’에 안보·경제 분야를 막론하고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스페인 마드리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약 3분간 연설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의 기반 위에 설립된 나토와 변화하는 국제안보 환경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오늘날 국제사회가 단일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나토가 유럽 지역 집단 안보 체제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규범 연대로 확장하는 데 뜻을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는 신(新)전략개념을 사상 처음으로 채택했다. 전략개념은 미국을 비롯한 나토 30개 동맹국이 10년간 추진할 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문서다.
윤 대통령은 “신전략개념에 반영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나토 차원의 관심도 이러한(복합적 안보 위협) 문제의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했다.
결국 이번 회의를 계기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통적 전략 관점이 ‘안미경미(안보는 미국, 경제도 미국)’라는 신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가치 규범의 연대가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었다”며 “(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여하게 된 아시아태평양의 한국을 포함한 네 나라는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 중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중국에 대한 고민과 여러 딜레마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태평양파트너국(AP4)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는 따로 ‘AP4 회동’을 열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지리적으로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AP4가 ‘보편 규범’으로 뭉치겠다는 움직임은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중국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나토 회의 참석 전부터 “반중(反中) 전선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관측도 ‘안미경미’ 흐름에 힘을 보탠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전날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대안인 시장이 필요하고 다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유럽 시장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라는 점’ ‘유럽과 우리 산업구조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유효성을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