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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나랑 세게 붙자"…이재명은 SNS로 몸풀기

강병원 이어 전대 출마 선언

李, 세대교체 시도에 말아껴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오른쪽)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권욱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97그룹’으로 불리는 1970년대생 재선 의원들이 연이어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이재명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에 이 의원은 여전히 ‘로 키(low key)’ 행보를 이어가면서 당과 여론의 흐름을 관측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로 몸풀기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통스러운 민생 현실 앞에서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만큼 국민의 속을 뒤집는 것은 없다”면서 “정쟁 아닌 민생에 집중해달라”며 민생을 화두로 꺼냈다. 대표 출마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우회적 방법으로 돌파하면서 흐름을 보겠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30일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체념을 박용진이라는 가슴 뛰게 하는 기대감으로 바꾸도록 하겠다”며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97그룹 중에서는 강병원 의원에 이은 두 번째 출마 선언이다. 민주당 내 대표적 소신파인 박용진 의원은 20대 국회 당시 당에 대한 쓴소리를 내며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리기도 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계파와 팬덤과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의원에게 날을 세웠다. 박용진 의원은 “계파와 악성 팬덤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계파에 곁불 쬐지 않고 악성 팬덤에 무릎 꿇지 않은 사람이 당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이전 민주당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해왔고 다르게 행동한 사람이 혁신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심과 민심이 바라는 것은 완전히 달라진 민주당”이라며 “이 의원도 (전당대회에) 나와서 민주당의 혁신을 놓고 세게 붙자”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전날 출마의 뜻을 밝혔던 강병원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선동열 투수가 매일 선발투수가 된다면 구단을 위해서도, 그리고 투수와 그 구단을 응원하는 많은 팬들에게도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제안하기도 했다.



97그룹의 출마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강훈식 의원이 7월 3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제가 나오게 되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한 고민과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늦어도 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출마 여부를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강훈식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요직을 맡으면서 이 의원과 가까이에 있던 인물들이다. 강훈식 의원은 전략기획본부장을, 박주민 의원은 TV토론단장을 담당했다.

97그룹의 계속된 세대교체 시도에도 이 의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치 개혁은 당원의 명령”이라는 메시지를 남긴 후 당내 상황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면서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의원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출마를 공식화하는 순간부터 경쟁 후보들의 집중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 행보에 대한 당내 비토는 이날도 계속됐다. 민주당 소속 광주·전남 의원들은 “고질적으로 지적받아온 ‘내로남불’과 ‘책임 정치의 부재’를 극복할 새로운 리더십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공동성명문을 냈다. 이 의원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성명에 참여한 한 의원은 “사실상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 의원은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도 말을 아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최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해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7월 17일)에 임박해서 입장을 낼 것”이라며 “미리 입장을 내면 당내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의 출마 시기가) 언제라고 못을 박기는 어렵다”면서 “지금은 여러 계층의 의견을 듣는 단계다. 7월 중순 (전당대회 후보 등록) 데드라인까지 계속 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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