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남성이 대낮 길거리에서 자신과 결혼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반이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다.
CNN과 현지 언론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같은 반 학우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모하메드 아델(21)이 1차 공판 기일에 출석했다.
모하메드는 이집트 북쪽 도시 엘 만수라의 만수라 대학교 인근에서 같은 반 학생이던 나이라 아슈라프(21)에게 칼을 휘둘러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나이라의 아버지 아슈라프 압델카데르는 "용의자가 여러 차례 결혼을 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이라를 팔로우하기 위해 가짜 계정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이라는 결혼을 원하지 않았고 승무원이 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집트 사법당국이 나이라 주변 인물 20여 명을 면담한 결과 실제로 모하메드는 나이라가 청혼을 거절하자 여러 차례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유족이 지난 4월부터 모하메드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모하메드는 이날 법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나는 나이라를 위해 돈을 쓰고 있었는데 그녀는 오히려 다른 남자를 이용해 나를 공격하겠다고 협박했다"며 "한 시간 동안의 통화에서 나이라는 나를 협박했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라와 나는 약혼에 동의했고 부모님도 알고 있다고 했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 나이라의 부모님은 아무것도 모르고 계셨다"고 덧붙였다.
판사가 '왜 살인을 계획했느냐'고 묻자 모하메드는 "나이라의 어머니가 나를 협박했고, 아버지는 나에게 깡패를 보냈다"며 "나이라도 나를 다치게 했기 때문에 복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왜 칼을 들고 있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모하메드는 "나는 협박장을 받았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올 것 같아서 방어하기 위해 칼을 가져갔다"고 답했다. 또 "나이라가 웃는 것을 보니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고도 설명했다.
나이라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이집트 여론은 들끓고 있다. SNS에서는 #Justice_for_Naira_Asharaf(나이라 아슈라프를 위한 정의) 해시태그가 아랍 국가 전반에 걸쳐 공유되는 상황이다.
이집트 여성 및 법률 지원 센터의 회장이자 이집트 변호사인 아자 솔리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폭력과 싸우는 법이 필요하다"며 "여성들이 스토킹 등 피해 사실을 보다 변하게 알리기 위해서는 경찰, 판사, 검찰을 포함한 '정의 채널'을 복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의 개인 권리 이니셔티브(Egyptian Initiative for Personal Rights)의 젠더 인권 담당관인 로브나 다르위시도 "나이라의 죽음은 단 한 건의 죽음이 아니다"며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 많이 목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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