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893일 만에 중국 본토를 벗어나 홍콩을 찾았지만 그의 방문 길에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중국에서 엄격한 방역 규제인 ‘제로코로나’를 지시한 만큼 본인도 홍콩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일 오전 8시 홍콩컨벤션센터 앞마당인 바우히니아 광장에서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을 기념해 중국 국기와 홍콩 깃발을 거는 게양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궂은 날씨에도 15분 남짓 동안 열린 야외 행사에 시 주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 주석은 전날 오후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중국 본토발 고속열차를 타고 홍콩 콜룬역에 도착했다. 홍콩 국기와 중국 ‘오성홍기’를 양손에 든 환영 인파가 시 주석 내외를 맞았지만 그는 멀찌감치 떨어진 채 손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중국 내 행사에서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노 마스크’였던 것과 달리 KN95 마스크를 쓴 모습도 눈에 띄었다. 콜룬역에서 간단한 연설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홍콩 측 인사들도 그와 같은 종류의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당일 저녁 시 주석 부부가 참석할 예정이었던 캐리 람 행정장관 주최의 만찬 연회도 돌연 취소됐다. 홍콩 정부는 성명을 내고 시 주석 부부와 람 장관 내외가 따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존 리 행정장관 당선인을 비롯한 홍콩 관리들은 시 주석이 도착하기 전 호텔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기념식 관계자 3000명도 자가격리를 거쳐 미확진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방역 못지않게 경비도 삼엄했다. 행사장 인근은 봉쇄됐고 베이징에서부터 수행한 관영 매체 외에 외신 기자들의 취재도 금지됐다. 행사장 근처에 있는 빅토리아항구 상공에서는 일시적으로 비행이 금지됐으며 드론도 이날 홍콩 전역에서 날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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