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서 초안이 5월 유출돼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수 있음이 알려진 뒤 미국에서 낙태 약품에 대한 인터넷 검색 횟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50개 주 중 절반 가까이에서 임신 중절 수술에 대한 제한·금지가 전망되는 가운데 해당 규제가 여성의 낙태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풍선효과로 약물 중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CNN은 30일(현지 시간) 브린마대학과 캘리포니아주립대(UC)가 미국의학협회저널-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을 인용해 미 연방대법원의 문건이 유출된 뒤 72시간 동안 구글에서 낙태약에 대한 검색 건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논문에 따르면 5월 1~8일 동안 구글에서 피임약에 대한 검색이 약 35만 건에 달했다. 연구진의 예상치에 비해 162% 급등했으며 구글의 정보 검색 기록이 시작된 2004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낙태 수술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법률이 있는 주(州)일수록 검색량이 대폭 증가하며 약물 낙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드러났다.
누적 검색량 1위를 차지한 지역은 네브래스카 주로, 대법원 판례 파기 즉시 낙태를 금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로 꼽혀왔다. 그 뒤를 아이오와·미주리주가 이었다. 이들은 각각 대법원 판결과 동시에 곧바로 낙태 규제를 시행할 수 있는 ‘트리거(방아쇠) 조항’ 적용 지역, 과거 낙태를 금지한 법이 있었지만 ‘로 대 웨이드’ 판례에 따라 시행하지 못했던 지역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사람들이 사후피임약을 구하려 한 것인지, 그 안전성과 효능을 공부하려 한 것인지 검색 의도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피임약을 구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구하는 것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비축해두려는 취지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 “피임약에 대한 관심 고조는 곧 환자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주에서 피임약 사용이 가능한지에 상관없이 약물 낙태 방법을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의료진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서 낙태 약물은 처방전이 필요해 일부 주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불법 약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일부 검색자들은 대안으로 불법적인 낙태 약물을 대안으로 찾고 있을 수 있다”면서 여성들이 낙태약을 어디서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의료 전문가와의 원격진료를 포함해 온라인상에서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하비어 베세라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미 전역에서 약물 낙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베케라 장관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인 수백만 명의 생명과 건강을 위태롭게 했다"고 비판하면서 “낙태 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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