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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0년 만 ‘더블딥’ 가능성…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 못해

미 의회조사국 경착륙 경고

“과거 연착륙 땐 물가 높지 않아”

ISM 제조업 지수 예상보다 낮고

美 2분기도 마이너스 성장 전망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double dip·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미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과거 소프트랜딩(연착륙) 때는 물가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경착륙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CRS의 분석이다.

2일(현지 시간) CRS에 따르면 CRS는 최근 ‘미국 경제가 연착륙·경착륙·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둔화) 가운데 어디로 가는가’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선 CRS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빠르게 없애려면 실업률이 높아지게 된다”며 “이 경우 연착륙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CRS는 과거 연착륙 사례를 분석했다. 1965년과 1984년, 1994년 통화긴축 이후 연착륙에 성공한 적이 있지만 1965년과 1994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낮았고 상대적으로 물가가 높던 1984년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가 5% 아래였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금은 물가가 지나치게 높다. 5월 PCE는 전년 대비 6.3% 증가로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는 8.6%나 상승했다. 미 전역의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평균 5달러 안팎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연준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앞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들 시기를 거론하면서 연착륙이 가능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기한 바 있다. CRS는 “필연적 인과관계는 아니며 일부 시차도 있지만 1950년대 이후 모든 경기후퇴는 장기간 금리 인상 후에 일어났다”며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이 더 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높은 물가와 금리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가 맞물리면서 미국의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 5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 규모가 전달과 비교해 0.2% 늘어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지출 규모는 -0.4%로 올 들어 첫 마이너스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한다.

고용을 떠받치는 또다른 축인 제조업도 좋지 않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56.1)은 물론 시장 예상치인 54.3을 모두 밑돈 수치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연준은 금리인상 주기에 있으며 이는 경제가 약해지기 시작한 시점에 가속화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가장 큰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경제 전망치가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거시경제 모델인 ‘GDP 나우’는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2.1%로 보고 있다. 1분기 미국 경제가 -1.6%의 역성장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는 셈이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 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소비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고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며 “미국이 2분기 연속 GDP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종 판단은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내리지만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일반적으로 경기침체로 인식된다. 이번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더블딥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락다운(봉쇄) 초기인 2020년 경기침체가 있었던 만큼 경기가 회복하다가 다시 고꾸라지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CRS는 “더블딥이 현실화하면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대 초 이후 약 40년 만”이라며 “당시와 지금 상황이 유사하다. 1980년대 초는 인플레이션이 7%를 넘겼던 마지막 시기이며 그때도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19% 수준으로 올리면서 침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준이 경착륙 우려 때문에 금리를 신속하게 올리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더 안 좋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정확한 정의가 없지만 낮은 성장률과 고물가를 넘어 경기침체에 고물가가 더해진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월가에서도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공격적인 연준의 움직임 때문에 경기침체 위험을 더 높게, 그리고 더 빨리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1년 내 침체 확률은 30%이며 2년의 경우 48%”라고 밝혔다. 도이치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폴커츠 란다우는 “더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미국의 경기침체 시점을 2023년 중반으로 보게 한다”며 “8%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완전고용에서 문제 없이 물가가 내려올 수는 없다. 소프트랜딩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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