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택 시장에 급랭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껏 달아올랐던 각국 주택 시장이 올 들어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행보로 급격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택 가격 하락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호주의 부동산 데이터 분석 기업 코어로직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호주의 6월 전국 집값 상승률은 -0.6%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시드니와 멜버른이 각각 1.6%와 1.1% 떨어져 전국적인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해 시드니 집값이 25%, 호주 전체로도 22%나 오른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분위기다.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뉴질랜드의 최근 집값이 지난해 팬데믹 기간의 최고점 대비 8%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에서는 이미 4월에 주택 가격 상승률이 -0.6%를 기록해 2020년 4월 이후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주택 판매량은 같은 시기 12.6%나 줄었다.
시장이 주저앉는 핵심 원인은 수요 감소다. 골드만삭스는 “미국·독일·영국에서 집값이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영국의 경우만 봐도 팬데믹 때의 고점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선진국 전반에 걸쳐 주택 판매량에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 공급이 모자란 미국에서도 거래가 줄고 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존 주택 매매는 541만 건으로 전월 대비 3.4%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6%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리 상승이 주택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6%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면서 “몇 달간 주택 판매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상치 않은 시장 분위기에 미국에서 유행하는 주택 투자 형태인 ‘하우스플리핑(house filpping)’ 수익률은 지난해 1분기 38.9%에서 올 1분기 25.8%로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의 투자 수익률이다. 하우스플리핑은 주택을 매수해 수리와 개조를 거친 뒤 단기간에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이다. 지난해 1분기 전체 거래의 4.9%에서 올 1분기 9.6%까지 늘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투자 수익률이 줄면서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가 오르자 기존 집을 팔고 새집으로 옮겨가려는 사람이 줄고 이에 수익률이 좋을 만한 투자 물건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세계 주택 시장 냉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주택 가격이 앞으로 몇 년간 캐나다에서 12%, 프랑스에서 9%, 미국에서 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 금융 투자 업체 라벤조이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조 매스터스는 “주택 가격은 내년 말 안정을 찾기 전까지 15% 하락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이번 부동산 경기 하락이 금융 불안으로 전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코샤뱅크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인 털리 매컬리는 “주요 선진국의 가계 대차대조표가 건전하다”며 “집값이 세계 경제와 관련한 위험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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