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중국 매체는 자국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는 굵직한 소식을 전했다. 현지 2위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화훙이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 상장을 추진한다는 뉴스였다. 화훙은 이를 통해 2조 8500억 원을 조달해 생산 라인을 확충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가 2년 전 커촹반 상장으로 10조 원을 조달한 데 이어 화훙이 거액 투자에 나선 것은 ‘반도체 굴기’를 향한 잇단 도전이다.
화훙은 1996년 중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정부 자본인 상하이집적회로연구개발센터(ICRD)가 대주주로 참여해 D램 제조·파운드리 생산 등에 뛰어들었다. 설립 이듬해 일본 NEC와 D램 생산 합작사를 만들고 1999년에는 중국 최초의 8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화훙은 2003년 D램 생산을 중단하고 순수 파운드리 업체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린다. 2011년에는 파운드리 업체 ‘그레이스상하이’와 합쳐 ‘상하이화훙그레이스’로 거듭 태어났으며 이후 8인치 웨이퍼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가전·통신·자동차 등 다양한 영역의 생산 라인을 갖췄다. 현재 세 곳의 8인치 공장에서 월 18만 개의 웨이퍼를 생산하고 12인치 공장에서도 월 4만 8000개를 만든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수혜를 톡톡히 봤다. 지난 2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매출을 전 분기보다 20% 이상 늘렸다. 중국 정부도 ‘타도 한국 반도체’를 위해 SMIC·화훙 등에 대한 법인세를 10년간 면제해줬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의 글로벌 점유율 합계가 10%를 돌파한 가운데 글로벌 5위 SMIC(5.6%)뿐 아니라 6위 화훙도 3.2%까지 올라서 우리의 무서운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한 제품 양산을 발표하는 등 기술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점유율은 외려 2%포인트 떨어진 16.3%에 그쳤다. 선두인 대만 TSMC(53.6%)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우리가 샌드위치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정치권이 서둘러 세제·규제 등에서 초당적 지원책을 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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