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주에서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코카인을 사서 그냥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게 더 저렴할 거에요."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폭스뉴스에 출연한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이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는 장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맥주가 기름값보다 싸니 마시고 운전을 하지 마세요’ 라는 웃지 못할 맥줏집 간판까지 등장했다.
미국인의 생활에서 인플레이션은 이제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기름값은 갤런당 5달러, 평균 집값은 40만 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금리까지 급속히 올라 고통은 배가된다.
국민의 분노가 커지자 인플레이션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하는 ‘책임론’ 이 정계와 학계를 달군다. 물론 여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Fed)를 빼놓을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및 식량 위기를 불러왔고,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했던 연준의 통화정책 실기(失期)가 위기를 키웠다.
하지만 이 책임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적인 공화당 뿐 아니라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가장 표적이 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추진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구조 계획(America Rescue Plan)'이다. 당시 공화당이 주장한 경기 부양안(6,180억 달러)의 3배가 넘는 규모였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1,400달러가 사실상 현금으로 지급됐는데,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추진된 3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시장에 풀린 뒤였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당시 “수요를 크게 자극할 것”이라며 부양책 축소를 제안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지난해 초 정권의 명운이 걸린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 투표를 앞두고 표심이 절실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주 및 지방 정부에도 3,500억 달러를 풀었는데, 실제 수요보다 과다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한다. 웬디 에벨버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부양책이 최적의 규모였다면 지금 해결해야 할 인플레이션 문제는 확실히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면서도 기름값 상승에 너무나 무기력한 현 상황 역시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캐나다산 오일샌드를 송유관을 통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을 전격 철회했다. 중동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사업이었으나,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시민 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동시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하고,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50%까지 높이겠다는 다소 무리한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시추를 제한하고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 석유회사들을 옭아맸다.
공포에 사로 잡힌 미국의 석유 회사들은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셰일 혁명 이후 유가 폭락을 경험한 석유회사들은 유전을 새로 개발하기 보다는 자사주를 매입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화석연료와의 결별’을 선언한 바이든 정부 아래에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그 석유회사들을 향해 왜 시추 규모를 늘리지 않느냐고 닥달하고 있다. 마이클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행동은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점잖은 핀잔에 가깝다.
물론 코로나 19로 움츠러든 경기를 살리고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현금성 복지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에너지 정책 전환이 화를 자초했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좋은 의도가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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