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휴대전화인 이른바 ‘대포폰’의 명의를 빌려준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4일 청원지법이 전기통신사업법 30조 등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다른 사람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대포폰으로 인한 범죄 예방이 목적이다.
사건은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됐다. A씨는 지난 2018년 카페에서 알게 된 성명불상자들로부터 선불폰을 개통해 주면 1대당 2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개통에 필요한 신분증 사본과 통장 사본을 메신저로 전송했다.
서류를 받은 이들은 A씨 명의로 선불폰을 개통하고 사용했다. 이에 검찰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명의를 빌려준 것만으로 형사처벌은 과하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드렸다. 당시 법원은 “자신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만 쓸 수 있게 하는 건 사실상 '통신 실명제'를 도입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이유를 밝혔다. 또 “이를 처벌하면 자식 명의의 부모님 휴대전화 개통처럼 국민 대다수가 정당하다고 보는 사회행위까지 모두 처벌의 범주에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헌재는 "심판 조항은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차명 휴대전화(대포폰)의 보이스피싱 등 범죄수단 악용을 방지하고 이동통신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될 위험을 과태료 등 행정적 제재만으로 방지하거나 다른 효과적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아무런 제한 없이 명의를 빌려준 행위를 일률적으로 형사 처벌한다면 과잉규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예외사유에 본인이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에게 제공하는 경우를 추가하지 않는 등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전기통신사업법 30조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 통신용으로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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