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측이 자국산 곡물 4500톤을 실은 러시아 화물선을 튀르키예(터키) 당국이 억류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간 친(親) 러시아 행보를 보이던 튀르키예가 최근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를 철회한 데 이어 서방에 더욱 협조하는 듯한 모양새라는 분석이다.
3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실 보드나르 주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튀르키예 세관이 러시아 국기를 단 화물선 ‘지벡 졸리’호를 튀르키예 카라수 항구에 억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화물선의 운명은 4일 튀르키예 측 조사단 회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탈취한) 곡물이 압류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날 카라수 항구 입구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지벡 졸리’호가 정박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관계자는 이 선박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4500톤이 실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벡 졸리호가 지난 1일 카라수 항구에 도착한 뒤 당국의 하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라수 항구 당국의 소식통은 타스 통신에 “러시아 화물선은 (튀르키예) 외무부와 무역 및 교통부의 하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허가를 받지는 못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선박이 항구 인근에 정박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 주장대로 러시아 화물선을 억류했다면 튀르키예가 그간 보였던 친러시아 성향에서 서방 쪽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은 러시아가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틀어막고 있어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서둘러 러시아가 곡물 수출길을 열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튀르키예는 최근 ‘곡물 수출을 재개하라’고 주장하는 서방 측 대열에 합류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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