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에 한국 등 아시아 7개국 주식시장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400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비교 가능한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주식은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추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한국·대만·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등 아시아 7개국 주식에 투자하는 글로벌펀드에서 4~6월에만 400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금이 순유출됐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220억 달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돈줄을 조여 신흥국에 ‘긴축 발작’이 발생한 2013년 3분기(180억 달러), 연준의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었던 2018년 4분기(150억 달러)를 모두 웃도는 규모다.
세부적으로 대만 주식시장에서 170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고 인도에서는 150억 달러, 한국에서 96억 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한국과 대만은 주식시장에서 기술주의 비중이 큰데 전 세계적으로 기술주의 거품이 빠진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수출 중심 경제인 한국과 대만 주식의 매도세가 특히 강했으며 일본 엔화 약세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투자회사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캐핀 장 펀드매니저는 “엔저가 한국과 대만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주가에 타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인도는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겼다. 이에 반해 인도네시아와 태국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소폭 순유입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추가 이탈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회사 애버딘의 푸룩사 이암통통 선임투자책임자는 “투자가들이 수출 중심 경제와 고평가된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계속 조심스러워할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기술주에 대한 불확실성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그룹 줄리어스베어의 마크 매튜스 아시아태평양조사부문장은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치우는 것은 그들 나라에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DBS그룹의 던컨 탄 투자전략가는 “아시아와 미국 간 금리 차이가 좁혀지고 아시아 국가의 성장 우려가 커지며 올 하반기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 이탈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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