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헌트’가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 연예계 소문난 절친 이정재 정우성의 23년 만의 호흡 등으로 많은 기대감을 안고 있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전혜진, 허성태까지 의기투합하니 더할 나위 없다. 쫀쫀한 긴장감과 스펙터클한 액션으로 중무장한 작품이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5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성수에서 ‘헌트’(감독 이정재)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배우 겸 감독 이정재와 배우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헌트’는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가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동림 색출 작전을 실행하는 이야기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게 되자 해외팀과 국내팀이 날 선 대립을 하며 서로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조사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한 이들의 모습은 긴장감을 조성한다.
‘헌트’는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다. 작품 시나리오의 판권을 사고 제작만 하려고 했다는 그는 4년 동안 직접 각본을 쓰게 됐고, ‘작가인 이정재가 연출을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는 주변의 권유로 연출까지 하게 됐다. 그는 “내가 이런 걸 해도 되나 싶었다. 영화 일을 오래 하긴 했지만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조금 더 용기를 내봐야겠다고 마음이 바뀌면서 조금씩 ‘헌트’에 더 몰입하게 됐다”고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 감독은 ‘헌트’를 여느 첩보물과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는 “액션이 나오는 영화를 촬영해 본 기억과 내가 영화를 보고 기억에 남은 장면들을 반영하려고 했다.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관객들이 눈썰미가 좋다 보니 스크린 모퉁이에 있는 무언가도 캐치를 잘하더라. 디테일하게 하다 보면 생동감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촬영팀, 무술팀, 특수효과팀 등과 함께 모여 콘티를 짠 적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완성도 높은 작업이 될 수 있었다”고 섬세한 작업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액션 보다 더 중요한 건 액션을 행하기 전까지 감정을 얼마만큼 밀어붙이는가였다”며 “시나리오 단계에서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스태프들의 팀워크, 배우들과의 팀워크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회의를 많이 해서 현장에서는 최대한 안전을 지켜가며 하는 게 중요했다. 편집 거쳐가며 좀 더 박진감 있고 스피디하게 하는 작업을 했다”고 자신감까지 보였다.
작품은 국내 개봉 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돼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 감독은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가보고 싶은 영화제”라며 “칸에 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런 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재밌게 보려면 시나리오를 어떤 전개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영화제에 대한 욕심을 털어놨다. 이어 “다행히 초대해 주셔서 잘 다녀왔다. 한국 영화 이야기도 많이 하고 ‘헌트’ 홍보를 많이 하고 왔다”고 만족해했다.
이 감독은 본업인 배우로도 활약했다. 노련함을 가진 안기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를 연기한 그는 “박평호를 안기부 내에 가장 오래 있었던 요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노련할 수밖에 없고 조직이 돌아가는 일도 가장 잘 안다”며 “박병호는 생각을 알 수 없는 인물이고,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스터리를 전달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해 기대감을 높였다.
정우성은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한 안기부 국내팀 차장 김종도 역을 맡았다. 군인 출신인 김정도는 강직한 성품을 가진 인물로, 스파이의 존재에 가까이 다가가다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을 마주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위험한 작전을 펼친다. 정우성은 극의 긴장감의 중요한 요소인 김종도와 박평호의 대립을 표현하기 위해 현장에서도 말을 아꼈다고. 그는 “카메라 뒤에서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작품처럼 모니터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적은 처음”이라며 “편한 감정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같이 하모니를 조율하려고 하지 않나. 그런 하모니 조차도 있으면 안되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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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이 연기한 방주경은 조직 내 스파이를 찾기 위해 박평호를 조력하는 안기부 해외팀 에이스다. 뛰어난 수사력과 정보력, 강단 있는 성격의 매력적인 캐릭터다. 전혜진은 “방주경은 스마트하고 두뇌 회전이 빠른데 적극적으로 몸까지 잘 쓴다. 진중하고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있는데도 방주경 만의 여유가 있다”며 “감독님의 글 속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액션 영화는 처음이라는 그는 “액션을 하고 싶었다. 내 머릿속에 총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있었다”며 “그런데 정말 달랐다. 총격 소리조차 내가 공포가 있는지 몰랐다”고 아쉬워했다.
허성태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이후 이정재와 재회했다. 그가 맡은 장철성 역은 김정도의 지시를 따라 앞뒤 가리지 않고 스파이 색출에 나서는 안기부 국내팀 요원이다. 김정도의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허성태는 “‘오징어게임’ 이후 바로 촬영에 들어가 해야 해서 17kg 증량했던 걸 급하게 감량했다. 감독님과 리딩을 하는 걸 오랫동안 연습했고, 감독님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정재 감독님이 ‘나만 믿고 따라와’라고 하더라. 덕분에 마음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헌트’의 캐스팅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우성이 김정도 역을 수락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절친인 두 사람은 많은 고심끝에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정재가 옆에서 오랫동안 작업하는 걸 봤다”는 정우성은 “우리가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의 조우라고 하더라. 함께하고 싶지만 함께하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다”며 “우리가 같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도 되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작사로서도 이정재가 준비가 된 건가 했다. 그의 부단한 노력과 시나리오도 안정된 걸 보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깨지더라도 후회 없이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4번 거절했다는 것이 그런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떨렸다. 동료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준 것이 처음이라 쉽지 않았다”며 “너무나도 같이 함께 해야만 하는, 하고 싶었던 배우들이었기에 친분보다는 시나리오로 인정받아야 했다. ‘이게 잘 될까’ 조바심이 있었는데 흔쾌히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전혜진과 허성태는 이정재, 정우성과의 작업이라는 것에 초점을 뒀다. 전혜진은 “두 분을 한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생각이 가장 간절했다. 이 감독님이 배우로서 나에게 시나리오를 줘서 고마웠다”고, 허성태는 “내가 이 두 분 사이에서 연기할 줄 몰랐다. 촬영 현장이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이 감독은 방주경 역 전혜진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그는 “초고 원작에서는 방주경 역이 굉장히 작았다. 총 세 번 정도 나오고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부붕의 비중을 차지했다”며 “방주경을 내 옆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비중을 바꾸고 좀 더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요원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액션도 잘하고 수사도 잘하고 스마트하면서 위트도 있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걸 다 잘하는 배우는 없는데 전혜진은 카리스마 있고 위트 있고 정직한 모습이 있다. 좁은 공간에서 총 쏘는 것도 잘한다”고 극찬했다.
전혜진은 “선입견도 있었다. 이 감독님이 연출을 한다고 할 때 호기심 반, 같이 작업하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면서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디테일하고 미장센 부분에 있어서 남다르다.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감독님이 후배들에게는 굉장한 자부심과 용기를 심어준 것 같다. 주변 친구들에게 정말 자랑을 많이 했다”고 작업에 만족했다. 오는 8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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