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국어와 수학, 영어 영역 모두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수능부터 문·이과 통합 체제가 도입되면서 나타난 국어·수학 영역의 특정 선택과목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9일 실시한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을 살펴보면 국어 영역은 149점, 수학 영역 147점으로 두 영역 모두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과 동일했다. 작년 수능은 국어·수학 영역 모두 어렵게 출제돼 ‘불수능’으로 불렸는데, 이번 모의평가 역시 그 만큼 어려웠다는 의미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울 수록 평균이 낮아져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한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에서는 1등급 학생 비율이 5.74%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능(6.25%)보다 더 낮은 수치며 절대평가 도입 이후 가장 어렵게 출제된 2019학년도 수능(5.3%)과 비슷한 수준이다. 원점수 기준 90점 이상을 받으면 1등급에 해당하는데 이 비율이 낮을 수록 시험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본다.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으로 국어·수학 영역이 ‘공통과목+선택과목’ 체제로 치러지면서 발생한 ‘선택 과목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상위권 수험생들은 국어에선 ‘언어와 매체’를, 수학에선 ‘미적분’을 선택해 해당 과목의 표준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발생하고 있다. 이 여파로 주로 ‘확률과 통계’를 택하는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고득점에 불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어 영역의 경우 선택과목별 응시자 비율은 화법과 작문이 64.1%, 언어와 매체가 35.9%였다. 특히 ‘언어와 매체’ 선택 비중이 지난해 6월 모평 27.8%에서 35.9%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본수능 30.0%보다도 높은 수치다. 수학 영역은 확률과 통계 51.5%, 미적분 42.8%, 기하 5.7% 순이었으며 특히 미적분 선택 비율이 지난해 6월 37.1%에서 42.8%로 크게 늘었다.
유불리 현상이 나타나면서 선택과목별 표준점수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평가원은 ‘비공개’ 방침을 재차 밝혔다. 평가원 관계자는 백브리핑을 통해 “선택과목별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점수 제공 방식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평가원은 진로·적성에 맞게 선택과목을 택하는 것이 통합형 수능 취지이기 때문에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공개 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모평에서 발생한 출제 오류와 관련해선 9월 모평부터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지구과학2 14번 문항의 경우 전체 출제 과정 초기부터 출제·검토진 이견이 없어 추가 검토를 거치지 않는 ‘조기 안착 문항’”이라며 “9월 모평부터는 해당 문항에 대한 추가 검토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시 업계는 선택과목별 유불리 현상과 함께 문·이과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생이 언어와 매체에 집중되면서 국어에서도 사실상 문·이과 격차 발생할 소지가 커지고 있다”며 “문과생 중 수학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은 대체로 중상위권 이상으로 추정되며 결과적으로 수학에서도 미적분 과목에서 고득점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작년보다 공고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학생들의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더 집중되는 양상으로 선택과목 간 점수차는 통합수능 2년차에도 그대로 발생할 수 있는 응시 패턴이 보인다”며 “문과에서는 수학, 이과에서는 과탐이 주요 과목"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