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모 대통령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스페인 마드리드 순방에 동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모씨는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데도 공군 1호기를 타고 귀국했고 현지 숙소 역시 대통령실 예산으로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은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해명했지만, 현직 비서관의 부인이 직책도 없이 순방에 동행해 수행한 점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동아일보와 MBC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 씨는 지난 달 대통령실 경호팀과 의전팀, 국민소통관실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사전 답사단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이후 현지에서 순방 기간까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일부 업무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일정과 동선은 경호상 기밀사항이다. 그런데 공식 직책이 없는 신씨가 현지를 사전 답방하고 현장에서 수행한 것이다. 신씨는 또 나토 행사를 마친 후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를 이용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한 뒤 현재 김 여사의 일정을 대통령실이 어떻게 챙기는지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김 여사와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돕는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대통령실 현직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직책도 없이 해외까지 나가서 김 여사의 순방을 도왔다. 신씨의 해외 체류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와 전용기를 이용했는지는 오리무중이었다.
대통령실은 논란에 대해 “오랜 해외 체류 경험과 국제행사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순방 기간 각종 행사 기획 등을 지원했다”며 “하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씨가 무보수로 순방 기간 김 여사의 활동 등을 지원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민간인 자원봉사자도 순방에 필요한 경우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순방에 참여할 수 있다”며 “A(신) 씨는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모든 행정적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해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신씨의 출장 비용을 대통령실이 부담했다는 점도 알렸다. 대통령실은 “ 장에 필수적인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수행원 신분인 데다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은 만큼 특혜나 이해충돌의 여지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유명 한방 의료재단 이사장의 차녀로 2013년 1월 현직 검사 신분이던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신씨는 한방 관련 J사 대표를 지내다 올 4월 30일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사임 사실은 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5월 10일 법인 등기에 기재됐다. 이 때문에 신 씨가 대통령실 임용을 타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신 씨, 尹대통령 내외와 오랜 인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타 수행원은 해외 순방 과정에 민간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외교부 장관의 결재를 통해 지정한다”고 추가로 해명했다.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주치의, 일부 통역 등과 같은 자격으로 나토 순방 일정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내외와의 친분, 현직 대통령실 비서관의 부인 등 자칫 이해충돌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 씨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지엔 의문이 남는다.
대통령실은 이 비서관의 부인 신 모 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었다는 점을 기타 수행원 지정 근거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행사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생각하는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게 진행돼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이 분이 오랜 인연을 통해서 그 의중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이 잘 반영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분은 김 여사를 수행하기 위해 간 게 아니다. 김 여사를 단 한 차례도 수행한 적이 없다”먀 “전체 순방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하기 위해 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씨가 윤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실 부속실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신 씨가) 초기에 근무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여러가지 법적 이해충돌 문제라든지, 국민적 눈높이 문제 때문에 채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해외 순방 동행 여부는) 상황에 따라 기타 수행원으로 행사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앞으로도 순방 일정에 동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