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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에 쏠린 서사…존재감 빼앗긴 토르

[리뷰]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전작 위트 있는 분위기는 그대로

후반 갈수록 빌런이 스토리 주도

클라이맥스 긴장감 하락 아쉬워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의 한 장면. 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1세대 어벤져스들이 떠난 와중에도 자리를 지킨 ‘천둥의 신’ 토르가 MCU 슈퍼히어로 중 최초의 네 번째 솔로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바로 신작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로, 영화 속 토르는 1980년대 메탈 음악을 배경으로 록스타처럼 화려한 볼거리의 액션을 선보인다. 새로 등장한 빌런인 ‘신 도살자’ 고르는 때로는 토르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진정한 주인공 같은 무게를 뽐낸다.

영화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스타로드 등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함께 우주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러던 중 습격당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홀로 길을 떠나고, 사건의 배경에 모든 신을 죽이겠다는 ‘신 도살자’ 고르(크리스찬 베일)가 있음을 알게 된다. 고르는 기근으로 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신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가 외면당한 과거가 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인 네크로소드를 손에 넣은 고르는 우주를 돌며 신을 하나둘씩 죽인다.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의 한 장면. 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고르의 손길은 토르의 고향인 아스가르드까지 미쳐서, 아이들이 모조리 납치되는 일이 벌어진다. 토르는 뉴 아스가르드의 왕 발키리(테사 톰슨), 전사 코르그(타이카 와이티티), 여기에 토르의 무기였던 망치 묠니르의 새로운 주인 ‘마이티 토르’로 돌아온 제인(나탈리 포트먼)과 아이들을 구할 여정을 떠난다.

영화는 전작인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보여줬던 위트 있는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간다. 극 곳곳에 유머를 넣어, 신에게 배반당한 자의 복수라는 소재의 무게감을 덜어낸다. 여기에 영화를 소개하는 코르그의 나레이션부터 시작해 영화의 전체적 색감, 수시로 등장하는 자막 등에서 1980년대를 향한 오마주가 곳곳에 자리한다. 토르가 초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함께 악당들을 때려잡을 때 나오는 ‘웰컴 투 더 정글’을 비롯한 밴드 건즈 앤 로지즈의 음악이 적절한 순간 등장해 분위기를 띄운다.



'마이티 토르’ 제인도 중요한 순간 묠니르를 휘두르며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토르는 얼마만에 만나는 거냐고 묻는 제인에게 ‘8년 7개월 6일’이라고 답할 정도로 애정이 변함없는데, 두 연인의 재회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영화 속 주제의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의 한 장면. 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빌런인 고르 캐릭터는 신에게 버림받고 핍박 받다 딸까지 잃었다는 나름대로의 서사가 완성도 있는데다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력이 더해져 영화의 무게감을 끌어올린다. 토르와의 대결 장면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이 돋보인다. 하지만 스토리의 흐름을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빌런이 주도하도록 만들어 놓은 탓에, 클라이맥스에서 극적 긴장감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러닝타임 119분,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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