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발표된 5월 물가지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5.4%로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미국은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6%로 기대치를 웃돌며 40년 만에 연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은 1월의 가파른 조정 이후 하락이 있으면 바로 반등이 연출되면서 추가적인 급락은 제한적이었다.
5월 코인 시장에서의 충격이 있었으나 하순 들어 성장과 물가가 모두 반영되는 국채금리도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발표하는 기대 인플레이션(BEI) 지수, 국채와 동일 기간물 물가연동채(TIPS)의 차이로 추정하는 BEI, 미시간 기대인플레이션 등 다수의 중장기(3~10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이미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이었고 에너지와 식품 비중이 제외된 근원(core) CPI와 연준의 주요 정책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역시 시대의 기대치를 크게 웃돌지 않았던 모습이 주요한 배경으로 보인다.
반전은 6월 9~15일 연준의 정책 금리 발표를 전후해 시장의 기록적인 조정이 진행되면서 나타났다. 코스피 기준 1월 말 기록한 저점대 2600 선이 순식간에 붕괴되며 10영업일간 무려 330포인트 하락이 연출됐다. 미국채 10년물은 11년 만에 3.5% 돌파가 나오고 국고채 3년물이 10년 만에 3.4%를 넘어서는 등 극심한 혼란이 일어났다.
6월 15일 연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드러난 인플레이션 공포가 직접적인 요인이었고 6월은 연준의 양적긴축(QT)이 동시에 진행되는 사상 첫 시도였기에 시장의 공포감이 더욱 극대화됐을 것이라고 본다. 6월 시장 발작의 배경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서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유지되고 있는지, 하반기 시장을 가늠할 단서들을 찾아 보고자 한다.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 갑작스러운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하는 보도가 있었다. 근거는 첫째,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본 기대 인플레이션이 통제를 벗어나는 흐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연준의 기대 인플레이션과 미시간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의 격차를 그 근거로 들었다. 특히 미시간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은 6월 10일 발표에서 예상을 크게 벗어나 3.3%로 뛰었다. 둘째, 시장참가자들이 근원 CPI와 PCE를 주요 지표로 삼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실제로는 에너지·식품 가격에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헤드라인 CPI를 과소평가하면 안 되기에 자이언트스텝이 불가피하다는 기사였다. 전후로 해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올해 최고치인 120달러를 넘나들고 있었다.
그러나 24일 발표된 미시간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확정치는 3.1%로 발표됐다. 연준을 놀라게 한 지표 하나는 일단 진정된 상황이다. 이에 더해 세계 각국의 상품 창고들은 재고 확대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없어서 못 판다던 TV·가전·가구·의류 등이 쌓이며 미국은 12년 만에 최대 재고 상황에 이르렀다.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반영하는 미국채 10년물은 재차 3%로 하락했다. 헤드라인 CPI에 큰 영향을 줄 유가는 다시 11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휘발유 재고는 일단 저점에서 반등한 모습이다.
하반기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긍정적인 소식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시장은 어려운 상황을 생각보다 빠르게 극복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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