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직장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9명이 넘는 수가 코로나19 장기화로 휴가 사용, 수당 지급 등 각종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중소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 노동자 4058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이날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보건의료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4%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세부 응답을 살펴보면 무급휴가, 무급휴직, 연차휴가 강제 소진 등 휴가 관련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48.7%로 가장 많았다. △감염 관련 불이익은 19.2%였고 △임금삭감, 체불, 휴업수당 감액 등 임금 관련 불이익이 18.3% △해고 3.2%의 순으로 나타났다.
병원급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임금관련 불이익을 받는 비율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임금삭감이나 체불, 휴업수당이 감액되는 경험이 있는지 물었을 때 입원 병실이 있는 의원의 응답률은 27.2%로 가장 높았다. △30병상 이상 100병상 미만 병원의 경우 21.8% △100병상 이상 200병상 미만이 20.1% △입원 병실이 없는 의원이 20.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연장근무 수당 지급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연장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이 15%로 집계된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연장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비율이 25%에 달한 것이다. 휴일 수당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40.7%였다. 또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근로 계약서를 노동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에 이르렀다. 특히 응답자 중에서 ‘나는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비율이 30%가 넘었다. 이직하고 싶다는 응답도 53.6%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17일까지 직종별 협회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초고령화와 더불어 의료기관 노동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의료노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요양기관 종별 인력현황에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제외하고 중소 병원·의원에 해당하는 인력은 11만 5716명(11.9%)이다. 요양병원 10만 6139명(10.9%)과 의원 21만 4984명(22.1%)까지 합치면 전체 의료기관 노동자의 53%가 병원과 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100만 명에 이르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사회적 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공문으로 의협과 병협에 7월 14일을 노동기본권 교섭 날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리 보건의료노조 조직국장은 "병의원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권리"라며 "노동기본권에 대한 교육과 홍보, 상담창구 운영, 조직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를 대상으로 노동기본권 교섭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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