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벌써 2년 반이 흘렀다. 그간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유행은 상당히 안정됐지만 최근 환자 발생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봄에 코로나19를 앓았던 우리 국민 1000만 명 이상의 자연면역이 감소되고 면역 회피가 강한 BA.5 변이가 급증하고 있어 재유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다음 유행이 언제 얼마나 큰 규모로 오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오더라도 국민이 안전한 대비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격리 해제나 재유행의 시기와 규모를 논하는 시간을 아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방역 정책을 세우고 이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둬야 할 여러 정책 중 첫 번째는 오미크론을 겨냥한 새로운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현존하는 백신은 오미크론에는 효과가 매우 떨어져 2가 백신의 출시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늦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충분한 양의 코로나19 특효약을 확보해서 보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과 마찬가지로 치료제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상당수의 환자가 약을 써보지도 못한 채 숨지고 말았다. 처방이 원활하지 않았던 근본 요인은 물량 부족으로 처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치료의 성공은 얼마나 일찍 치료제를 투여하느냐에 달렸다. 조기 진단과 조기 투약이 이루어지는 진료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셋째, 코로나19 환자를 단계별로 진료하는 전국적인 의료 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도상 훈련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 12월 5주간 코로나19로 2000여 명이 사망했다. 추가로 2000여 명이 초과 사망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없었기에 오롯이 코로나19로 인한 억울한 죽음이 생긴 것이다. 생명이 위독할 때 제때 진단 받고 치료 받지 못한 탓이 크다. 의료 체계가 상당 기간 붕괴돼 생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진료 체계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다음 유행에도 어김없이 초과 사망이 발생할 것이다. 환자를 집에 가두는 대신 적극적으로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 받도록 해야 한다. 병이 나면 의사를 만나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또한 대량의 사망자가 발생한 요양시설과 특수 시설 거주자들도 제대로 된 진료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비롯한 제도의 정비가 절실하다. 응급 환자 진료와 중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정책 입안자는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넷째, 방역 정책에 비과학적인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이번 겨울만 잘 넘기면 코로나19는 독감처럼 풍토병이 돼 안정될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전문가들을 믿고 기다리면 좋겠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어 갈 길이 험하다. 재유행이 오더라도 과거와 같이 무리한 거리 두기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사회적 멈춤 없이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방역 사령탑의 일관성 있는 지휘와 철저한 의료 체계 구축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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