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자신의 인척인 최 모 씨가 대통령실 부속실의 선임행정관으로 채용돼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해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마(빌딩) 캠프에서, 그리고 우리 당사에서 공식적으로 열심히 함께 선거운동을 해온 동지”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에서 민간인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논란과 외가 6촌 채용 문제에 대해 야당이 권력의 사유화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5일 부실 인사 지적 질문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빠르게 자리를 뜬 지 사흘 만의 도어스테핑이었다.
최 씨는 부속실에서 이른바 ‘한남동관저팀(가칭)’ 팀장을 맡으며 김건희 여사 보좌 업무를 주로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아버지와 윤 대통령의 어머니가 6촌 간이고 최 씨는 윤 대통령과 8촌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최 씨의 채용 배경에 대해 “대선 경선 캠프 구성 때부터 참여해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며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윤 대통령도 최 씨를 ‘동지’라고 부르며 채용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나토 회의에 동행한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인 신 모 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나토 수행팀 문제는 대변인이 이미 말씀드린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야당은 최근 잇따른 대통령실 채용 논란을 ‘대통령실 사유화’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의원 약 30명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실 청사 앞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가 정상화하는 대로 국회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비선 외교와 대통령실 사유화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그 전에 대통령의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의 친척 지인 한두 명이 더 일하고 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각종 찬스가 난무하는 사적 채용의 진원지가 된다면 대한민국 어디서도 채용의 공정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입법 대응에도 시동을 걸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을 포함한 공공기관장이 친인척을 채용할 경우 국민권익위원회에 이를 신고하도록 하는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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