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떨어졌다. 40%대 붕괴에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전직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빠른 속도다. 윤 대통령 지지층이던 보수층, 고령층,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큰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5~7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로 나타났다. 1주 사이 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9%로 지난주에 비해 7%포인트 올랐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간 격차는 12%포인트로 오차 범위(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밖이다. 갤럽 조사에서 부정과 긍정이 뒤바뀌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지지율 40%대는 정치권에서 국정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지지율로 꼽힌다.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취임 두 달이 채 안 돼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전직 대통령들보다 빠른 속도다. 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지지율 40%대가 붕괴되는 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2년 5개월이 걸렸다. 각각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가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조사 기간인 5~7일에는 김창룡 경찰청장 사표 수리와 6월 물가 6% 상승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6일에는 국가정보원의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 고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민간인 동행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이탈도 있었다. 연령별로 보면 70대 이상의 긍정 평가는 6월 5주 차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55%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60대의 긍정 평가도 1주 사이 7%포인트 줄어들어 50%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이념 성향별 보수층에서도 긍정 평가가 전주 대비 각각 10%포인트, 9%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부정 평가는 지난주와 비교해 11%포인트, 10%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인사 문제(25%)’가 꼽혔다. 이어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2%) △경험 자질 부족(8%) △외교(6%) △발언 부주의(3%) 순이었다.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외교(6%) △전 정권 극복(6%) △소통(6%) △결단력·뚝심(5%)이 올랐다.
대통령실은 지지율 폭락에 “국민만 보고 간다는 점에는 달라진 게 없다”며 자세를 낮췄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은 저희가 들여다보고 있고 (지지율이)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나 더 열심히 하라는 국민들의 뜻으로 해석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무선(90%)·유선(10%) 무작위 추출 방식을 활용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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