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자신을 갖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파이 패밀리'는 스파이와 초능력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합쳐 새로움을 만든다.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겨야 하는 스파이 ‘황혼’은 나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족’이 필요했다.
웨스탈리스의 정보국 대동과 ‘WISE’ 소속의 수완가 스파이인 그는 적국인 오스타니아의 국가통일당 총재 도노반 데스몬드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극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 이름은 오퍼레이션 ‘올빼미’. 일주일 이내에 가족을 만들어 데스몬드의 아들인 다미안이 다니는 명문 학교 친목회에 잠입해야 한다. 황혼은 정신과 의사 로이드 포저로 위장해 오스타니아로 향한다.
가족의 시작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오스타니아에서는 혼기가 찼으나 독신인 여성은 스파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심지어는 잡혀가기도 한다. 요르는 이를 피하고자 로이드 포저와 결혼한다. 아냐는 과거에 여러 번 파양당한 경험이 있다. 본인과 함께 오랜 시간 살아 줄 가족을 원했다. 사랑과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 하면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평범’해 보이는 가족을 만들고자 했지만 사실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로이드 포저의 아내인 요르 포저는 암살자, 딸 아냐 포저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다. 어쩌다 보니 범상치 않은 셋이 가족이 됐다. 과연 이 가족은 나라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주인공이 가진 특별한 능력들에 비해 이들은 어딘가 허술하다. 로이드는 스파이로서 모든 임무를 성공시킨 이력이 있지만 가족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이다. 업무 중 아냐를 신경 쓰느라 정체를 들킬 뻔하기도 한다. 요르 역시 암살자로서 임무 수행은 뛰어나다. 하지만 요리를 할 줄 모르거나 사람과의 관계는 어려워한다.
아냐는 사람 마음을 읽는 초능력 덕에 로이드 가족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짓는 아냐 특유의 미소. 이는 밈으로 작용해 인기를 끌 만큼 사랑스럽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위험천만한 사건들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러나 아이인 만큼 사건들을 해결하기엔 역부족. 이러한 허술함이 캐릭터의 매력을 더한다.
서로의 빈 부분을 채우며 일상을 함께하는 사이라면 ‘평범한’ 가족이 아닐까. 그러나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가족의 진짜 목적인 도노반 데스몬드의 비밀. 과연 그 비밀은 무엇일지 그리고 이 범상치 않은 가족의 결말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이 애니메이션은 분단 국가였던 독일의 역사에서 많은 모티브를 따왔다. ‘황혼’의 소속기관인 ‘WISE’는 독일의 해외 전담 정보기관인 독일 연방정보국, 오스타니아의 방첩 기관인 비밀경찰 ‘SSS’는 동독의 비밀경찰이었던 국가보안부 슈타지가 떠오른다. 또한 ‘분단국'이라는 설정은 남일 같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로이드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투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오스타니아에서 웨스탈리스의 첩보활동을 하는 로이드 포저는 전쟁 고아 출신으로 보육원에서 데려온 아냐를 보며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는 아이들이 울지 않는 세상을 지켜내기 위해 스파이가 됐다. 결국 그도 평온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평범한 아버지일 뿐이다.
사실 학교에서 만난 다미안과 아냐의 관계를 보면 그리 큰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아이들 특유의 친화력과 순수함으로 앞으로 어떻게 가까워질지 기대될 뿐이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액션이 적절히 섞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는 가족의 모습과 함께 이들의 ‘평범한’ 앞날을 응원하게 된다.
‘스파이 패밀리’는 일본에서 올해 4월부터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시즌1 12화까지 공개됐다. 시즌2는 오는 10월에 공개될 예정. 11일부터 애니플러스 채널에서 더빙판도 만나볼 수 있다.
◆시식평 - 가족의 따스함과 신나는 액션을 함께 볼 수 있는 가벼운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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