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북도가 장기 과제로 추진해온 행정통합이 민선 8기 출범 후 추진 동력이 사라지면서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행정통합을 위한 사전 단계인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도 중단되면서 사실상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추진 방식을 놓고도 양 광역단체가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10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 직후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 특별지자체 설립을 위한 조직인 광역행정기획단 사무국을 폐지했다. 앞서 홍 시장은 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행정통합에 대해 “현실적으로 되지도 않을 엉뚱한 짓”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시 홍 시장은 “행정통합을 하면 단체장을 하나 줄이고 공무원과 산하 단체의 3분의 1은 줄여야 하며 국회의원 지역구도 엉망이 되는 판인데 동의가 되겠냐”며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 난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이 중요한 게 아니고 정책협조가 중요하다”며 “대구와 경북이 사안마다 정책협조를 하기 위한 정책협력체를 가동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민선 7기부터 행정통합을 추진해온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한발 물러섰다. 이 지사는 최근 대구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새 정부가 지방시대를 완전히 열겠다고 했고 이제는 행정통합의 공이 중앙정부로 넘어간 사안이기 때문에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할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추진 없이 대구와 경북의 자체 추진만으로는 행정통합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을 위한 움직임은 2019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지사와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2022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행정통합을 제시했으나 주민 공감대 형성 등에 실패하자 장기 과제로 넘기고 논의를 일단 중단했다. 대신 양측은 행정통합 전 단계로 대구경북특별지자체를 설립하기로 하고 관련 실무를 위한 광역행정기획단을 올 3월 말 공동으로 출범시켰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추진 방식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경북도는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대구시는 특별법을 통한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공항 건설은 빨리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지금 특별법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부수적인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되면 각종 행정절차나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기 때문에 공항 건설이 예정보다 훨씬 단축된다“며 ”일부에서 오해하고 있는 건설 지연 주장은 법안 내용을 잘 모르고 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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