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성 일부 농촌은행의 예금 인출 중단 사태가 두 달 가량 이어지면서 성난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중국에서 보기 힘든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피해자들은 지방 정부를 넘어 중앙 정부를 향해 대책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10일 중국 각지에서 모인 3000여명의 시위대가 중국 인민은행 정저우 지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예금 인출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허난에서 40만명의 예금주의 중국몽이 소멸됐다”, “허난성 정부의 부패와 폭력에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써진 플래카드를 들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사복 경찰로 추정되는 남성들과 대치했고 일부는 강하게 저항하다가 끌려가기도 했다. 계단에서 밀쳐지거나 시위대 몇 명은 밀려서 넘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18일부터 허난성의 위저우신민성은행, 상카이후이민은행, 즈청황화이은행, 카이펑신동방은행 등 4곳 은행에서 예금이 동결돼 인출할 수 없게 되면서 촉발됐다. 이들 은행은 시스템 개선을 이유로 예금자 40만명의 예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들 은행은 농촌 지역에서 농민들을 상대로 영업을 주로 해왔지만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고이율을 앞세워 전국에서 고객들을 유치하며 자산을 늘려왔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4개 은행이 제공한 일반 예금상품은 5년 만기 기준 약 4.1~4.5%의 금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행의 5년 만기 예금 금리인 2.75%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항의와 요구가 계속되자 허난성 당국은 고객들의 항의 방문을 막기 위해 예금주 1317명의 ‘코로나 건강 코드’를 ‘적색’으로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건강 코드가 적색이면 격리 대상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시민들의 이동까지 제한하려 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고 허난성 당국은 이를 지시한 허난성 정법위원회(공안 총괄) 상무부서기를 직위 해제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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