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시대’를 상징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질의응답(도어스테핑)이 11일 무기한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입장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던 ‘과학 방역’ 기조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통 대통령’을 상징했던 도어스테핑이 5월 11일 첫 개시 이후 62일 만에 사실상 무기한 중단된 것이다.
대변인실은 “대통령 공개 행사의 풀(pool) 취재를 가급적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대변인의 브리핑도 가급적 서면 브리핑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풀 취재는 취재 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사들 간 협의를 통해 소수의 기자들을 현장에 보내고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실은 기자들 대신 대통령실 소속 직원들을 통해 일정 사진이나 영상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현재 대통령실 출입 기자 중 1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오전까지만 해도 8명이었다가 반나절 만에 3명이 늘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위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갑작스러운 도어스테핑 중단을 윤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과 연관 지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 예방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여러 실언이 지지율 저하로 이어진다고 평가한 것 같은데 (앞으로) 정제된 방식으로 (소통)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것이 솔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지율 하락과 도어스테핑 중단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도어스테핑에 대한 애착은 윤 대통령이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며 “지지율이 떨어져서 도어스테핑을 중단할 것이었다면 어제부터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모든 기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윤 대통령과 1~2m 이상 떨어져 진행되는 도어스테핑을 별도의 해제 조건 없이 무기한 중단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의 ‘과학 방역’ 공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이미 4월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해제했고 같은 달 25일에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였던 2월 말 “전파력이 높지만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해외 나라들은 속속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있다”며 방역패스 철폐 등을 주장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15만 명 이상 나오던 시기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 재개 여부에 대해 “과거 청와대 춘추관(기자실)을 폐쇄했을 때도 확진자가 1000명 나올 때였는데, 지금은 2만 명이 넘어간다”며 “(재개 여부는)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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