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년 창설된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이 올해 역사적인 150회째를 맞았다. ‘골프의 성지’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파72)에서 14일(한국 시간) 개막한다. 대회를 주관하는 R&A는 올해 초부터 150회 로고와 각종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면서 큰 공을 들여왔다.
올드 코스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150회 대회를 대하는 우즈의 각오도 남다르다. 우즈는 지난주 말 올드 코스에 도착했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우즈는 현지 시각으로 토요일 오후 7시에 평소 가깝게 지내는 ‘이웃 사촌’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올드 코스 라운드에 나섰다. 18홀을 걸으면서 퍼팅과 그린 주변 칩샷 등을 점검했다. 그들의 라운드는 밤 10시 40분에서야 끝났다. 그로부터 10시간 뒤인 일요일 오전 8시 40분, 우즈는 토머스와 또다시 올드 코스를 찾았다. 5시간 동안 머무르며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모든 샷을 꼼꼼히 점검했다. 중간에는 토머스의 론치 모니터를 이용해 드라이버 샷 스핀 양을 체크하기도 했다. 이틀간 연습 라운드 일정은 실전의 오후·오전 조 티 타임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였다.
우즈가 공식 대회에 나서는 건 5월 PGA 챔피언십 3라운드 기권 후 50여 일 만이다. 지난해 2월 끔찍한 자동차 사고 후 재활을 하고 있는 우즈는 여전히 다리를 절뚝거렸다. 때로는 클럽을 지팡이로 사용했다. 백 스윙 때 오른 다리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다. 그런 우즈가 19시간 동안 걸어서 36홀을 돌았다는 건 그만큼 올드 코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메이저 통산 15승의 우즈는 디 오픈에서 3회 우승했고 그 중 2승(2000·2005년)을 올드 코스에서 거뒀다. 우즈가 2000년 2위를 8타 차로 따돌리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 곳도 올드 코스다. 지난주 JP 맥매너스 프로암(36홀)과 밸리뷰니언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의 18홀 라운드까지 합하면 우즈는 1주일 사이 90홀을 소화했다. 그는 JP 맥매너스 프로암 직후 “단 한 번이라도 높은 수준의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우즈의 등장으로 디 오픈 열기는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연습 라운드임에도 수많은 팬들이 코스를 찾아 우즈의 한 샷 한 샷을 지켜봤다. 우즈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내심을 가지라”고 했다. 기자회견까지 기다려 달라는 뜻이었다. 대신 R&A를 통해 “특별한 한 주가 될 것이다. 세인트앤드루스에는 독특한 기운이 있다. 많은 팬들과 특별한 기억이 있는 코스에 다시 서게 돼 기대된다”고 했다.
토머스는 “우즈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기뻐한다”고 전했다. 이어 “올드 코스는 상대적으로 평평해서 오거스타 내셔널(마스터스)이나 서던 힐스(PGA 챔피언십)에서 걷는 것보다는 확실히 편하다. 그래도 어려운 점은 있다”며 “항상 그래왔듯 우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열린 대회’답게 필 미컬슨,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 등 LIV 골프 합류파도 대거 출전한다. 매킬로이나 토머스 등 PGA 투어 잔류파에게 우즈는 ‘정신적 지주’다. 6월 US 오픈 때는 우즈가 없었다. 이번에는 양측의 자존심 대결도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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