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환자들이 가격만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하도록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아울러 동네 치과들간 과잉경쟁을 초래해 줄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겁니다. "
박태근(사진)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11일 서울경제와 만나 "치과 진료 행위를 가격으로 줄 세우는 정책이 도입되면 의료의 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의료법 개정을 통해 치과병의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와 보고 의무화를 추진해 왔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용이다. 인력, 장비, 시술 난이도 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정하다보니 병의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비급여 진료 비용을 공개하면 지역 주민들이 의료기관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30년 간 치과의사로 일해 온 박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비급여 진료 비용을 공개할 경우 환자들이 저렴한 병원만 찾아다니게 돼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치과협회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릴레이 반대 시위를 열 정도로 반발하고 잇다. 박 회장은 "정부의 비급여 통제 정책은 위헌에 해당한다는 게 치과계의 판단"이라며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을 양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19일 진행된 제31대 치협 회장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총 투표수 1만1165표 가운데 6490표(58.13%)를 득표해 제32대 회장에 선출됐다. 전임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지 1년 만에 자진 사퇴해 치른 보궐선거였다. 박 회장은 "집행부를 재개편하고 비급여 진료비 정책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공약으로 과반이 넘는 표심을 끌어모았다. 역대 회장 중 부산치대 출신으로 서울에 연고가 전혀 없는 후보자가 당선된 것은 처음이다. 박 회장은 “협회장 출마를 결심한 것은 협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회원들의 권익을 대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산적한 정책 현안들이 눈앞에 있는데 내부 갈등을 겪는 치과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박 회장은 당선 이후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줬다. 당선 당일 곧장 보건복지부를 찾아 의료정책과장과 만났고, 이튿날은 대한의사협회장을 만나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치과계의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정책에 대응하고 합리적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비급여대책위원회’를 꾸려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달 복지부가 '비급여 보고제도 추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회의에서는 의협, 병협, 한의협과 함께 "헌법재판소의 판결 전까지 비급여 보고제도 시행을 멈춰달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박 회장은 올 3월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자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범위 확대 등 구강보건 정책 관련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매일 발로 뛰었다. 최근에는 치과계 숙원사업인 한국치의과학연구원 설립 필요성을 알리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박 회장은 "만루 상황에서 대량 실점을 막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기에 갈 길이 멀다"며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