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0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12일 파악됐다. 8일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후 여권 내에서 혼란이 빚어지자 윤 대통령과 권 대표 대행이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당권 투쟁이 벌어질 시점에 윤 대통령이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중심인 권 대표 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며 사태를 정리했다는 해석도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권 대표 대행은 10일 서울 모처에서 단독 회동했다. 대통령실과 권 대표 대행 측은 회동 여부와 주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윤 대통령과 권 대표 대행은 이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뒤 당권의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임시 체제인 대표 직무대행 지도부로 가자는 의견과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뽑자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권 대표 대행은 윤 대통령에게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는 ‘궐위’가 아닌 ‘사고’로 보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뽑기보다는 직무대행 체제를 띄워 지도부부터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이튿날인 11일 국민의힘은 실제로 의원총회를 열어 권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다. 윤 대통령과 권 대표 대행의 회동 이후 당권을 둔 혼란이 일거에 수습된 것이다.
다만 회동이 당권을 둔 또 다른 불씨를 낳았다는 해석도 당내에서 제기됐다. 전날 의총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또 다른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불참했다. 의총에서는 장 의원과 인수위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수영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권 대표 대행이 직무대행 체제로 협의하자 장 의원이 의총에 나가지 않았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실제로 윤 대통령과 권 대표 대행의 회동은 장 의원이 9일 버스 23대를 동원해 자신의 지지 모임인 ‘여원산악회’ 회원 1100명과 2년 7개월 만에 모임을 가진 다음 날 이뤄졌다. 당시 지지자들을 동원해 세를 과시한 장 의원이 당권을 노린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10일 권 대표 대행을 만나 조기 전당대회가 아닌 직무대행 체제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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