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12일 국민의힘 입당 이후 처음으로 경제위기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 의원은 “가을 정도에 (국내 경제가) 극심한 고통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인수위 시즌 2’라는 생각을 갖고 8월말까지 국정운영의 의제 설정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와 우리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민·당·정 세미나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학습하고 입법까지 추진해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의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토론회에서 안 의원은 엄중한 경제 상황 인식을 거듭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지만 정책 수단이 정말 많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 의원은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자유롭게 하지만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 가계부채가 가장 높다”며 “금리를 못 올리면 물가 때문에 서민이 고통스러워지고, 미국처럼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면 가계 부채 때문에 서민이 고통받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 의원은 8월말까지를 윤석열 정부의 골든타임이라고 규정하고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8월말까지) 이 시계를 놓치고 어젠다 세팅을 못하면 우리는 굉장히 곤란에 5년에 빠질 것”이라며 “다시 인수위 시즌2라는 생각으로 열심이 일하면서 국민적 신뢰 기대를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형태 김앤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과 정부에 각각 발 빠른 기준금리 인상과 적정 부채비율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김 수석은 “통화정책을 빨리 올려야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고 어려울 때 (기준금리를) 내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감당할 수 있는 부채 상한서 즉 ‘부채 수용력’을 먼저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재부1차관은 “현재 국내 국가채무 비율은 50% 안쪽으로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양호지만 연금·사회복지 제도가 성숙하지 못했고, 또 통일에 대비하려면 재정수준은 타이트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김 수석의 의견에 호응했다. 이어 “공급망 3법 제·개정과 다자협력체계 참여 강화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창현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한부 악재로 금리 인상을 속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의 동조화와 탈동조화가 잘 결합돼야 한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서민금융 공약인 서소문(서민·소상공인·자영업 전문) 뱅크를 언급하며 “힘들어진 부분에 자금을 확실하게 정밀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시적 정책으로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안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는 여당 의원 40여 명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해 이철규·송석준·김정재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차기 당권을 향한 몸풀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안 의원은 유력 당권 주자로 불리지만 당내 기반이 미약하다. 안 의원은 자신이 전문성을 갖춘 정책을 고리로 당원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 지원사격’이라는 명분으로 민심의 호응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이 대표의 징계 결정 훨씬 전에 기획된 토론회다. 오해를 안 했으면 한다”고 경계했다. 권 직무대행도 공부 모임은 통상적 의정 활동이라며 의원들에게 적극 권장했다. 그는 축사에서 “앞으로 (공부 모임)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드러내며 “정치, 경제, 사회복지 개혁식으로 (분야가) 다양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와 맞물려 공부 모임이 잇따라 발족하면서 당내 세력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문표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권 직무대행 체제 6개월 동안은 깃발 정치를 자제해야 한다”며 “(패거리로 비칠 수 있는) 공부 모임보다는 상임위원회별로 토론회 등을 열고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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