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대격변기를 맞고 있다. 14년째 등록금 동결 조치에도 대학 입학 정원은 사실상 그대로인데 최근 정시 확대 기조와 문이과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여파로 ‘N수생’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으며 자퇴생이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자퇴생으로 비어 있는 정원을 편입생으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대학 노마드(nomad) 시대’다. 대학들이 앞다퉈 편입 정원을 늘리면서 종로학원이 12년 만에 편입 시장 재진출을 검토하는 등 사교육 시장까지 꿈틀거리고 있다.
12일 김영편입학원이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전국 대학들의 일반편입 규모(경쟁률 미발표 대학 제외)를 분석한 결과 4년제 전체 175개 대학에서 3만 2071명의 편입생을 모집해 19만 3570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입생 모집 규모는 2022학년도 대입 신입생 정원인 34만 6553명의 10%에 달한다. 평균 경쟁률도 6대 1을 넘는다.
특히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편입 모집 인원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2022학년도 편입 모집 인원은 2018학년도(1229명)보다 43.4% 늘어난 1761명으로 최근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편입생 정원과 연동되는 자퇴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권 대학의 중도 탈락자는 2019년 1만 4433명에서 2021년 1만 6249명으로 2년 만에 1816명 늘었다.
편입 응시 인원 역시 급증했다. 종로학원이 서울·수도권 주요 53개 대학의 편입 응시 인원을 분석한 결과 2018학년도 편입 모집 인원 7506명, 응시 인원 9만 7741명에서 2022학년도에는 각각 7959명, 12만 9586명까지 늘었다. 응시 인원이 5년 새 32.6% 증가한 것이다. 2022학년도 수능 재수생인 12만 9445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더욱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입시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을 웃도는 3만 5000명가량의 대학생들이 편입을 통해 대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입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시 확대와 통합 수능 등 입시 제도 변화로 반수·재수를 위해 자퇴하는 학생이 늘면서 이들과 연동되는 편입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재정난을 타개하려는 대학의 움직임과도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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