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드롬급 화제인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 제작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주인공 우영우(박은빈)는 고래를 무척 좋아한다. 틈만 나면 동료 이준호 씨에게 자신이 앓고 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만큼이나 천차만별인 다양한 고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신비로운 노래소리와 함께 나타나 하늘 위를 헤엄치는 대형 혹등고래는 우영우 자신 뿐 아니라 시청자들 마음도 편안하게 이끈다. '한바다'라는 바다에 뛰어든 낯선 존재, 마치 바다 속 유일한 포유동물인 고래와 닮은 우영우를 보고있으면 고래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커진다.
마침 딱 맞는 작품이 있다. '돌고래와 산호초의 시민들'(2018)은 제작 기간만 5년 넘게 걸린 고래에 관한 자연 다큐멘터리다. 어린 돌고래 '에코'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혹등고래, 범고래와 같은 고래 이웃들과 거북, 가재, 문어, 상어와 같은 바다 속 다채로운 시민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다. 다큐멘터리여서 재미가 없을 것 같다면 오산. 이 영화는 디즈니사가 설립한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사 디즈니네이처(Disneynature)가 만들었다. 영화 ‘토르’ 여주인공 나탈리 포트만 배우가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대자연의 경이로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카메라가 비춘 바다 속 세상은 정말 신비롭다. 드넓게 펼쳐진 오색빛 산호초 군락에는 다양한 개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주인공 '에코'는 세 살배기 어린 돌고래로 어미와 함께 바다 속을 자유롭게 노닌다. 아직 무리 생활에는 익숙지 않지만 대신 조개 껍질을 가지고 노는 데는 선수다. 돌고래는 인간과 습성이 무척 닮아 있다. 친근함의 표시로 무리들과 수시로 스킨십을 나누는가 하면 여러가지 소리들을 활용해 복잡한 언어로 대화한다. 협동과 팀워크는 돌고래들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영화 후반 제작팀이 최초로 포착한 얕은 수면에서의 먹이사냥 장면은 정말 경이롭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아름답고 신기한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자연스러운 먹이사슬 섭리에 의해 누군가는 잡아먹고 잡아먹힌다. 고래라고 다 같은 고래가 아니었다. 바다 위 포식자라고 알려진 범고래는 어미 등에 탄 새끼 혹등고래를 노리고 단체 공격에 나선다. 돌고래들도 같은 무리가 아니면 공격 대상이 된다. 주인공 '에코'도 한 눈 팔고 무리를 벗어났다가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에코'는 산호초 아래 어두운 동굴 속으로 잘못 들어가 길을 잃기도 한다. 그 안은 카메라에 최초로 담았다는 거북 무덤이 있었다. '에코'는 가까스로 빛을 찾아 겨우 그곳을 빠져나온다.
다큐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와 자연보호에 관한 경각심도 불러일으킨다. 너무나도 멋지고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을 조금만 벗어나면 하얗게 말라버린 죽은 땅이 나온다. 실제로 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동안에도 촬영지 바다의 산호초가 3분의 1이나 축소됐다고 한다. 산호초가 마르면 그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개체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일종의 '관리자' 역할을 했던 물고기들이 점점 사라져, 산호초는 더욱 빠르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다큐를 만든 '디즈니네이처'사는 그동안 TV에서만 주로 보여줬던 야생과 환경 다큐멘터리를 스크린으로 옮겨 주목도를 높여왔다. 디즈니사 딕 쿡 전 회장은 당시 "우리의 목표는 전세계 관객과 다음 세대들에게 자연이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할 것"이라며 디즈니네이처사의 설립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돌고래와 산호초 시민들'은 그동안 디즈니가 제작해 온 다양한 주제의 자연 다큐 중 하나다.
그래도 바다는, 아직은 여전히 아름답다. 조그마한 갯가재부터 고래와 상어까지 한데 어우러져 산다. 수많은 개체들이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사는 산호초 군락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도시같다. 서로 생긴 모습이 다 다르지만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고래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바다 생태계에서 고래는 어찌보면 무척 이질적이고 낯선 존재다. 거대한 덩치도 한 몫 하는 데다 다른 물고기와 달리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아 기른다. 아가미가 없어 자주 수면 위로 올라와 숨도 내쉬어야 한다. 그럼에도 수많은 개체들과 한 데 섞여 조화를 이룬다. 낯선, 예민한, 별난, 엉뚱한, 상식 밖의. 한마디로 우영우 변호사와 같은 '이상한' 사람들도 한데 어우러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도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시식평 - 거대한 생태계에서 인간은 한낱 작은 존재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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