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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개혁은 권력의 희생이 먼저다

구경우 정치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첫 시정 연설에서 거대 야당을 앞에 두고 노동과 교육, 연금 개혁을 말했을 때 지나간 박근혜 정부가 떠올랐다. 공공 부문 개혁과 산업 혁신까지 외쳤을 때 기억은 더 짙어졌다.

국민들이 현직 대통령을 헌정 사상 처음 탄핵한 단초를 누구는 세월호 참사, 누구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말한다. 하지만 기억은 다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 못지않은 과업을 만들기 위해 임기 내내 사회 개혁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이 국민의 마음 여기저기를 할퀸 상처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인 개혁은 국민의 희생이 필수다. 사회 어느 분야든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국민이 자신의 것이 크든 작든 양보해야 하는 일이다. 공공과 노동, 산업 개혁에는 노동자의 희생이 있다. 낮은 효율성에도 높은 연봉과 복지, 고용 안정성을 받는 수백만 노동자와 가족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교육 개혁은 우리 아이의 미래가 담보로 잡혀 있다. 연금 개혁은 수십 년간 성실하게 쏟아부은 노후 소득을 미래 세대에 양보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쉴 새 없이 밀어붙였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들을 발표하며 윽박질렀다. 노사가 합의할 틈은 없었다. 칼 같은 조선, 해운, 유화 산업 구조 조정으로 힘없는 협력 업체 직원들부터 삶의 터전을 잃어갔지만 정부는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만 했다. 정부와 한 몸인 공무원들도 연금 개혁에 동참하며 희생했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의 눈에 비친 박근혜 정부의 권력자들은 희생하지 않았다. 위정자들의 1% 대출, 자녀의 황제 유학, ‘코너링’ 특기 군 복무, ‘아빠 찬스’ 취업 등 특혜가 줄을 잇자 “왜 나만 희생하나”라는 울분이 퍼졌다. 돌아보면 마음을 돌린 국민들은 ‘국정 농단’ 같은 사태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은 어떨까. 개혁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고 내 가족을 지키지 못하는 국민들이 생기는 일은 피할 수 없다. 그래도 대통령 혹은 정권 실세들과 사적으로 얽힌 ‘정치적 동지’들은 권세를 누리지 않을까. 국민의 눈높이에서 먼저 희생하지 않는 권력이 개혁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실기를 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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